[움트는 K-순환경제]정영훈 도시유전 대표 "리싸이클링 업계 획 긋겠다"4000억 밸류 논란 불구 양산 진행 가속도, 재생유 품질 완비 후 '유니콘' 상장 도전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11 08:01:53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은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더군요."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만난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사진)는 서두를 이렇게 뗐다. 국내 메이저 회계법인에서 4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면서 순환경제 섹터 내에서 일약 '신데렐라'가 됐지만, 아직 정식 양산 직전인데다 나프타(Naptha) 재생유(R.G.O)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희박한 탓에 시장에서도 도시유전의 기술에 대해 실눈을 뜨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도시유전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에 적잖이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도시유전의 밸류가 알려진 후 시장 일각에서는 "밸류 책정 기준이 뭐냐", "양산 진입은 대체 언제 이뤄지는 거냐"는 식의 설왕설래가 존재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비(非) 테크니션' 출신의 2세 경영인이 부친의 기술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질시를 보내기도 했다. 기술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 대표는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없던 기술(비연소 저온분해)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으며, 올해 말 재생 나프타 원료인 R.G.O가 세상에 나오면 모두 불식될 우려감이라는 논지였다. 도시유전은 고열 연소방식이 아닌 비연소 저온분해 방식으로 폐플라스틱 재생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에서 석유의 원료를 뽑아내는 세계 최초의 공법이다. 밸류에이션은 향후 국내 시장 나프타 시장 점유율 20% 예상치를 토대로 했다.
정 대표는 "그간 법령체계의 미비함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도 했지만, 10년 넘게 기술 검증을 거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법령이 어느 정도 틀을 갖췄기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2015년 처음으로 폐기물을 활용한 액상연료 관련 법을 통과한 데 이어 지난해 폐기물 관리법 개정을 통해 열분해유의 납사 제조 활용을 허용했다.
정 대표는 부친 故 정흥제 박사가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2015년 도시유전을 설립, 폐플라스틱 재생유 선도기업으로 육성했다. 정 박사는 1980년대 '국토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 세라믹볼의 파동 에너지를 활용해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하는 기술의 개발자다. 10대 시절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과학대전 금상(석유곤로)을 수상한 발명가이기도 하다. 정 대표에 따르면 평생 연구만 몰입한 과학자였다.
도시유전은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 있다. 광양공장(24t)에서 당장 9월 말부터 R.G.O 시험생산에 돌입하고, 직영 체제로 운영되는 정읍공장(50t) 역시 내년 초 완공을 거쳐 시험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산 테스트까지 마무리되면 R.G.O 재생 나프타 제품이 국내외 주요 정유사들에 정식 공급된다. 더불어 국가사업으로 제주, 포항, 여수 등지에 내년부터 설비를 셋업하고, 생산에 돌입한다. 도시유전이 주도하는 재생유 네트워크가 전국에 깔리기 시작하는 셈이다.
부친의 집념을 물려 받은 정 대표의 시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지구'를 향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이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어디든지 도시유전이 진출한다는 목표다. 정 대표는 "물론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비닐 폐플라스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비닐,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 사람들이 죄의식을 갖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처리 과정에서 탄소와 환경유해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표준기술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당장 영국과 북유럽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유전은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공동연구를 시작한 데 이어 현지 업체와 손잡고 버밍엄(Birmingham)시에 최대 100t 수준의 설비를 수출하기로 했다. 도시유전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생산된 재생유 관련 수익을 쉐어하는 구조다. 내년 중순께 완공된다. 유럽 최대 정유사에 공급이 예상된다. 9월에는 핀란드 헬싱키시의 초청을 받아 설비 수출 관련 협의를 한다.
정 대표는 "유럽은 탄소배출권 및 크레딧의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설비 수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R.G.O 재생유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전 세계 지점에 퀄리티 컨트롤에 투자하듯, 도시유전이 R.G.O 생산 프로세스를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안정화 이후 글로벌 설비 수출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시유전은 내년 국내외 시장에 독자적 기술과 R.G.O 제품의 인지도를 알린 후 자본시장 입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약 110억원 매출액과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내년 10개 가량의 공장이 가동되고, 캐시플로의 볼륨이 커지면 '조 단위' 밸류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내년 하반기 혹은 내후년 상반기를 노리고 있다.
정 대표는 "제품 및 설비 상용화 단계에 진입해 우리의 저온분해 기술, R.G.O의 품질이 널리 알려지면, IPO에 도전할 것"이라면서 "기술 검증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자신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리싸이클링 업계에 획을 그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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