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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업계, 엔데믹에 서다]3년 새 덩치 10배 이상 키웠지만…'지속성' 고민진단업체 15곳 분석, 펜데믹 속 실적·현금자산↑…M&A 등 신성장동력 확보

차지현 기자공개 2023-09-11 11:20:10

[편집자주]

진단 분야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표 업종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몸집을 불렸고 현금 곳간도 넉넉히 채웠다.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다. 엔데믹 상황에서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진단업계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0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팬데믹 이전까지 진단 업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약 개발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돈 안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성장 잠재력이 있어도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발 빠르게 제품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진단 수요가 늘면서 조 단위 실적을 내는 업체도 등장했다. 현금 곳간도 두둑이 채웠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엔데믹 전환 이후 대부분 업체가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팬데믹 기간 확보한 경쟁력과 현금 자산을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이들의 시선이 해외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로나 수혜 톡톡, K-진단 '날았다'

더벨 집계 결과 국내 상장 진단기기 업체 15곳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팬데믹 직전인 3년 전보다 13배 이상 커졌다. 2019년 5014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6조5475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 매출이 팬데믹 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곳은 피씨엘이었다. 2019년 연 매출 3581만원에서 이듬해 537억원으로 1년 만에 몸집을 1499배가량 불렸다. 2021년엔 461억원의 매출을 냈다.

2년 새 외형이 10배 넘게 확대한 곳만 8곳이 넘었다. 피씨엘을 포함해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바이오노트, 휴마시스, 엑세스바이오, 수젠텍, 제놀루션 등이 해당한다. 휴마시스의 성장세도 도드라졌다. 2021년 매출은 3218억원으로 2019년보다 약 3398% 늘었다.


매출 규모로 보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단연코 1위였다. 2019년 737억원이었던 연 매출이 2021년 2조93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제약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따라올 곳이 없다. 국내 굴지의 제약사가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게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씨젠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연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1220억원이었던 매출이 이듬해 1조1252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2021년에도 전년보다 22% 증가한 1조37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면서 현금 곳간도 넉넉해졌다. 15곳 업체의 현금성자산 총합은 2019년 말 1704억원에서 올 6월 말 1조3324억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그 사이 인수합병(M&A) 등의 굵직한 투자가 꽤 이뤄졌음에도 현금 보유고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엔데믹 전환 후 매출 '뚝'…신성장동력 모색 사활

문제는 다음이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진단업계 실적 잔치도 막을 내렸다. 15곳 업체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한 곳은 엑세스바이오(YoY +105%), 엔젠바이오(YoY +53%), 휴마시스(YoY +46%), 수젠텍(YoY +31%), EDGC(YoY +5%), 에스디바이오센서(YoY +0%) 뿐이었다. 나머지 기업 모두 매출이 감소했다. 적자전환한 곳도 늘었다.

매출이 코로나19 제품에 집중한 업체일수록 실적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제품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신성장동력을 탑재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믿을 구석은 팬데믹 기간 쌓은 글로벌 인지도와 현금성 자산. 이들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팬데믹 다음을 향한 진단업계의 전략은 다양하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건 물론 M&A, 생산설비 증축 등에 활발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기업도 많아졌다. 국내 진단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과도한 규제로부터 벗어나겠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 제품 외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혁신의료기기의 경우 허가와 급여화 절차가 까다로워 국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M&A 면에선 에스디바이오센서가 가장 적극적이다. 앞서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등 현지 체외진단 유통사를 인수한 데 이어 2조원을 들여 미국 진단업체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했다. 다른 진단 업체도 보폭을 넓히기 위한 M&A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향후 추가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랩지노믹스, 엔젠바이오, 싸이토젠 등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클리아랩)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도 속속 나오는 추세다. 미국실험실표준인증(클리아)는 임상을 수행하는 실험실에 대해 정확도나 신뢰도 등을 검증하는 제도로, 이를 획득한 클리아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없이 미국 시장에서 진단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진단업체가 팬데믹 기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단기간 급성장한 만큼 당분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해외 진출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클리아랩은 M&A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미국에 있는 클리아랩만 30만개에 달한다. 인증제도의 일부일 뿐 매출 확대를 무조건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존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국내 진단 기업들이 탄탄한 기술력을 입증하고 현금 자산도 쌓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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