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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CEO' 전성시대 올까 thebell desk

최명용 부국장 겸 금융부장공개 2023-09-12 08:08:06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 회장 후보가 확정됐다. 큰 잡음은 없었다. 철저한 보안 속에 불필요한 하마평이 떠돌지 않았다. 내부 인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결국 양종희 부회장이 낙점됐다.

회추위 초기엔 허인 부회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지주 특성상 은행장 출신이 갖는 장점이 많다. 경영의 영속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과 내기가 수월하다. 허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은행장을 지냈다. KB금융이 출범한 후 회장 자리는 모두 은행장 출신들이었다.

양종희 부회장은 오히려 '비은행' 전문이란 프로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양 부회장도 은행에서 20년간 있었지만 은행장 경력은 없다. 금융지주에서 전략 담당한 시간이 많다. 지금의 KB손보가 된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략 파트에서 근무하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후 KB손보 부사장으로 옮겨 보험부문 포트폴리오를 키웠다. 양 부회장은 윤종규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전략과 재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프로필을 짚어 보면 비은행 출신이 더 많다. '신국하우농'으로 대변되는 5대 금융지주 중 은행 출신 CEO는 신한과 하나 두곳 뿐이다.

우리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관료 출신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2023년 3월부터 우리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출신으로 금융위원장까지 맡은 정통 경제 관료다.

농협금융지주 이석준 회장도 기획재정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쳤다. 이 회장은 올 1월부터 농협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가 놓쳤던 증권 보험 등의 포트폴리오를 재건하는 과제가 있다. 임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2013년~2015년) 우리금융으로부터 인수했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의 빈 자리를 다시 채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석준 회장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협금융은 태생부터 농업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이익을 거두면 농협중앙회를 통해 농민들에게 다시 배분해야 한다. 이런 농협에 '디지털'이란 컨셉트를 접목하고 '효율적인 일하기'로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다.

지방금융지주로 눈을 돌려보면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비은행출신이다. 보험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다. 한국금융학회, 한국보험학회 이사를 맡다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맡은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후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을 맡으며 현업에 발을 디뎠고 JB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뒤 JB금융지주 회장까지 역임하고 있다. 학계, 관계, 현업까지 아우르는 프로필로 JB금융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김 회장 취임 후 JB금융은 ROE 면에선 1위를 달리고 있고 주가도 80%나 껑충 뛰었다. 작지만 알찬 금융지주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장 출신 CEO라면 하기 힘든 일들이다.

사실 금융지주 CEO를 은행 출신이냐 비은행 출신이냐로 나누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또 금융지주 특성에 따라 어떤 출신 CEO가 필요할 뿐이다.

다만 금융지주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은행 출신보다 비은행 출신 인사들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금융지주는 은행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수 많은 계열사를 관리감독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은행장 출신 금융지주 회장은 아무래도 은행에 집중하기 쉽다. 임직원들도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양쪽에 줄을 대기 십상이다.

양종희 후보는 신한과 치열한 1등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경쟁 상대방인 신한지주는 은행장 출신 진옥동 회장이 이끌고 있다. 양 회장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비은행 출신 CEO 전성시대가 열릴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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