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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우로스 스타트업 돋보기]딜라이트룸, 현대인 '필수품' 알람앱 10년째 흑자경영①신재명 파운더, 모험자본 유치 안해…"기업가치 2500억 이상 추산"

김진현 기자공개 2023-09-21 09:00:27

[편집자주]

스타트업 투자 방정식이 바뀌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 벤처캐피탈은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기업가치를 키우는 일에 집중했다. 모두가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을 꿈꿨다. 투자 혹한기에는 외부 수혈 없이도 스스로 생존이 가능한 스타트업이 주목받는다. 신화 속 반인반마에 빗댄 '켄타우로스' 스타트업이다. 켄타우로스는 미래 성장 가치(말)와 현실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사람)이라는 두 명제를 모두 충족시키는 자생가능한 기업이다. 더벨은 외부 도움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춘 켄타우로스 스타트업의 성장 배경과 전략, 향후 계획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라이트룸은 2013년 설립된 후 10년째 흑자 경영을 이어오며 성장해 온 회사다. 알람 기능이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시작해 '웰니스'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벤처캐피탈(VC)과 같은 모험자본 투자를 단 한번도 받지 않고도 이익을 내는 성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자생가능한 스타트업을 일컫는 켄타우로스라 할 수 있다. 딜라이트룸은 2022년 기준 당기순이익 112억원을 기록했다. 앞선 2년간의 순이익도 2020년 36억원, 2021년 59억원을 나타냈다.

딜라이트룸이 운영하는 '알라미'의 누적 다운로드 수, 월간 활성 이용자 수 등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대략 2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유사한 알람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웨덴 기업 '슬립 사이클(Sleep Cycle)'이 스웨덴 증시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2500억원 가량이었다.

딜라이트룸 관계자는 "스웨덴 슬립사이클과 비교할 때 누적 다운로드수,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가 더 많기 때문에 상대가치적으로 더 높은 가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필요해 만든 알람 앱, 이용자 호응 덕 '사업화'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201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통신학과 재학 당시 만들었던 알람 앱을 사업 아이템으로 확장했다. 전산학 등 프로그래밍 관련 수업을 듣고 쌓아온 역량을 활용해 직접 알람 앱 개발에 나섰다.

신 대표는 아침 잠이 많아 기본 알람 앱을 끄고 잠들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면 잘 일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직접 알람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처음 앱을 만들게 된 건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만들게 됐다"며 "특정 장소에 가서 사진을 찍으면 알람이 꺼지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해두고 앱을 만든 건 아니었지만 자신이 사용해보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사업 아이템으로 확장했다. 그는 "초기 자본금 500만원으로 1인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사업이다"며 "직원도 없이 혼자 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흑자 경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딜라이트룸의 흑자 경영은 역설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를 받지 않았던 것이 비결이다. 신 대표는 처음부터 팀원 없이 1인 기업으로 오랜 기간 알라미 앱을 개발, 운영해왔다. 그는 "학업과 병행하다보니 외부 투자 유치를 받는 일에 대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다"며 "당시엔 알라미 서비스를 1인 개발자가 개발하는 앱 정도로만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학업과 병행하며 서비스를 운영해왔기에 외부 투자 유치를 받으러 다닐 여력이 없었다. 결국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게 신 대표의 모토가 됐다. 그는 "회사를 키워나가는 일을 근육 성장에 비교하자면 많은 돈을 받아 사업을 하는 것은 들어올리지 못할 만큼의 무게로 운동을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매출보다 비용이 적은 구조를 유지하는 게 딜라이트룸의 흑자 비결이다. 언뜻 듣기엔 단순한 전략이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이 명제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사업 초기 딜라이트룸이 돈을 버는 방식은 대다수의 앱들과 마찬가지로 '광고'였다. 무료 서비스로 제공되는 알리미 앱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그 대가로 광고를 시청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용자가 늘면서 광고 수익이 점차 증가했고 궁극적으로 매출 그래프가 우상향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신 대표는 "지난 2년간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20% 성장할 동안 광고 수익은 2배 넘게 증가했다"며 "사용성을 헤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지면으로 더 높은 단가의 광고를 노출할 수 있을까를 꾸준히 고민한 결과다"고 말했다.

◇ 알람 오류 '제로' 경쟁 서비스와 차별점

그가 초기에 알람 앱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도대체 그걸 누가 쓰느냐?'는 것. 하지만 그는 실제 이용자가 늘어나는 데이터를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

신 대표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하루가 망가지게 된다"며 "루틴대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수요가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람 앱 사업 아이템을 '뾰족하게' 다듬는 데 집중했다. 알라미 앱 초기에는 특정 장소에 도착해야만 알람이 꺼지는 정도의 미션에 그쳤지만 수학문제 풀기, 흔들기, 폰전원 끄기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시중에 많은 알람 앱과의 차별성에 대한 고민이 이용자의 수요를 적중했다. 딜라이트룸의 알라미 앱은 누적 7500만건의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DAU는 220만명에 달한다.

딜라이트룸은 사업 매출 고도화를 위해 2019년부터는 구독 모델도 도입했다. 광고 매출과 구독 모델이 더해지면서 사업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딜라이트룸의 지난 3년간 매출은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5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 128억원으로 2배 가량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9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51% 이상 매출 성장을 만들어냈다. 딜라이트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0억원 가량이다.

약 9만명의 유료 이용자를 확보한 딜라이트룸은 계속해서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알람 앱 특성상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울리지 않으면 그간 쌓아온 신뢰를 모두 저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알람 앱들이 평점이 낮은 이유가 대부분 제때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이용자들의 불만 때문이다"며 "매일 사용하는 앱이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본 알람앱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알람이 제때 울리지 않는다면 해당 앱의 이용가치는 사라진다.
*딜라이트룸 '알라미' 앱
딜라이트룸은 경쟁 서비스와의 차이점을 '지속성'에서 찾고 있다. 알람 앱 자체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아도, 오류 없이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딜라이트룸의 '평생 숙제'는 알라미 앱이 오류 없기 작동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휴대폰 기기가 출시되면 가능하면 모두 구입해 테스트 해보려고 한다. 딜라이트룸 사무 공간에는 최신 기기부터 외산 핸드폰까지 다양한 기종의 휴대폰이 놓여 있다.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운영체제가 업데이트가 될 때에도 새로운 오류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점검한다. 기술에 대한 집착이 허들이 돼 타사와의 경쟁 우위를 지키는 비결이다.

최대한 많은 테스트를 거쳐 확률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굳건한 알람 앱 시장 1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알라미 앱은 구글앱스토어 기준 97개국 알람 분야 누적 다운로드수 1위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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