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납입능력 확인’에 의미 잃은 ‘수요예측 경쟁률’기관 ‘최대참여’에도 경쟁률 1000대 1 미만…공모규모 크면 높은 경쟁률 불가능
최윤신 기자공개 2023-09-20 07:50:51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관사의 주금납입능력 확인 의무가 적용된 기업공개(IPO) 딜의 수요예측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IPO 딜은 모두 제시한 밴드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확정했다.최근 수요예측 결과를 공시한 발행사들은 많게는 16조원 가량의 수요를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도 시행 전 많은 기관들이 최대 수량을 적어내며 수십조원의 주문이 몰렸던 것과 차이가 크다. 흥행하는 딜은 2000대 1에 수렴했던 경쟁률도 1000대 1 이하로 낮게 집계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그간 수요예측의 흥행 여부를 판가름 했던 ‘경쟁률’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최대 수요를 모으더라도 공모 규모에 따라 경쟁률이 제각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공모주 상시참여 기관 최대 수요는 15조원가량 추정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15일 수요예측을 치른 레뷰코퍼레이션은 당초 제시한 밴드(1만1500~1만3200원)을 초과하는 1만5000원에 최종 공모가격을 이날 확정했다. 앞선 수요예측에서 대다수의 기관이 밴드 상단을 상회하는 가격을 써낸 덕분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1807곳의 기관 중 1727곳이 밴드 상단을 넘는 가격으로 주문했다. 상단 이하의 가격을 써낸 곳은 단 68곳뿐이었다.
참여 수량을 기준으로 한 경쟁률은 643.7대 1로 집계됐다. 2020년 하반기 이후 흥행을 거둔 딜은 1000대 1의 경쟁률을 가볍게 넘어섰던 걸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딜부터 적용된 ‘주금납입능력 확인의무’ 규정 때문이다.
그간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주금 납입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흥행이 예상되는 공모 딜에 허용된 최대규모의 주문을 넣는 게 만연했다. 대다수의 수요예측 참여자가 시장 참여자가 기관에 배정된 수량의 주문을 넣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공모 규모에 상관없이 2000여곳의 기관이 참여하고 2000: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하는 게 흥행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금융당국은 이런 관행이 수요예측의 가격발견 기능을 퇴색시킨다고 보고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딜부터는 기관투자자가 자본 규모나 펀드의 AUM 규모만큼만 주문을 넣을 수 있게 바뀌었다. 주관사로 하여금 이에 대한 확인 의무를 부여하기도 했다. 해당 규정이 적용된 이후 실시된 수요예측에선 1000대 1 미만의 경쟁률만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이번 레뷰코퍼레이션의 딜 역시 2000대 1 가량의 경쟁률이 나타났을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이 펀드설정액이나 자기자본 기준으로 써낼 수 있는 최대수량을 써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의 경우였다면 기관배정수량 만큼을 써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레뷰코퍼레이션 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금납입능력 확인 의무가 적용되고 난 뒤 이뤄진 첫 딜인 빅텐츠의 수요예측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딜이 이런 상황을 겪었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와 아이엠티, 밀리의서재, 한싹 등은 모두 공모금액이 크지 않은 딜이었다.
연초부터 소규모 딜은 반드시 흥행하는 공식이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주식시장이 좋은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라 공모주 시장에서 주요 활동하는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최대 수량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딜 규모에 상관없이 대부분 모인 금액이 비슷하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수요예측 참여금액과 확정된 공모가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요예측 참여금액 추정액은 인스웨이브시스템즈와 아이엠티가 13조원 가량으로 유사하다. 물론 최대 주문금액은 소폭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뤄진 밀리의서재 수요예측에선 16조원을 넘는 수요가, 레뷰코퍼레이션의 경우 15조원을 넘어서는 수요가 각각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최대규모 공모 딜인 두산로보틱스의 IPO가 가까워오며 공모주 참여 기관들이 펀드 설정액을 늘리며 참여가능 금액이 다소 늘어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더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해외 수요 모으면 경쟁률 ‘부각’
금융투자업계에선 수요예측 흥행의 가늠좌 역할을 했던 ‘경쟁률’이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그간 일반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들 다수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반으로 흥행여부를 판단하고 청약 참여를 결정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경쟁률이 수요예측 흥행과 직결되는 지표로 보긴 어렵다. 공모주에 상시적으로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낼 수 있는 주문량이 한정됐기 때문에, 공모규모가 큰 딜의 경우는 높은 경쟁률을 확보하기 불가능해서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일례로 해외에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이보다 많은 금액이 모일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빅딜이다보니 해외기관 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도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수요예측의 상시적 규모와는 괴리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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