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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분리막 3사]'탈중국' 공급망은 기회...치열해질 신규고객 확보전②[사업전략]美 IRA가 바꾼 룰...북미 공장 설립으로 대응

정명섭 기자공개 2023-09-26 07:37:4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5:5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용 분리막의 성장 모멘텀은 유효하다. 근간에는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의 성장이 있다. 근래 국내 주요 분리막 업체들이 발표한 장기 공급 계약, 설비 증설 소식 등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국내 분리막 기업들은 미국 주도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또 하나의 호재를 맞이했다.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 기업이 북미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WCP, LG화학 모두 현지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올해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관건은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지다.

◇3사, 연내 북미공장 설립 결정...IRA 대응 위해 2027~2028년까지 생산체계 구축

현시점에서 SKIET와 WCP, LG화학은 올해 안에 굵직한 신규 투자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바로 북미 분리막 생산공장 설립이다. 아직 국내 분리막 제조사 중 북미 지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곳은 없다.

SKIET는 충북 청주와 증평,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에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 WCP의 분리막 생산공장은 충북 충주에 있다. 모회사인 W-SCOPE(더블유스코프)의 한국 지사가 오창에 분리막 공장을 두고 있긴 하지만 이는 전기차용이 아닌 IT 기기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WCP의 첫 해외 공장이 설립될 국가는 헝가리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니레지하저시에 분리막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LG화학은 청주와 폴란드에 분리막 코팅 설비를 두고 있다. 2015년에 분리막 사업을 접었다가 2021년 재도전에 나설 당시 LG전자의 화학·전자재료(CEM)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관련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SKIET는 현재 미국에서 분리막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투자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WCP 또한 공장을 설립할 지역을 고르고 있다. 미국 주정부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도 미국 분리막 현지화를 전제로 고객사와 생산 규모 등을 협의하고 있다. '분리막 동맹'을 맺은 일본 도레이와 함께 진출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LG화학은 코팅 기술력을 보유했고 도레이는 분리막 원단 기술을 보유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합작법인 설립으로 투자 부담과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양사는 지난해 헝가리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분리막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지난 5월부터 분리막 원단 생산에 돌입했다.

분리막 3사가 올해 북미 지역에 신규 투자를 검토하는 배경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이 있다. IRA 세부 규정을 보면 분리막은 전해액, 이차전지 셀, 모듈과 함께 '부품'으로 분류된다. 부품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 지역에서 생산 및 조립이 이뤄져야 한다. 그 비중은 올해 50%에서 2024~2025년 60%, 2027년 80%, 2029년이면 100%까지 오른다. 2029년이면 완성차업체들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분리막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분리막 공장은 건설부터 양산을 시작하기까지 3~4년 정도 걸린다. 내년에 착공하면 2027년에 가동할 수 있다. 2027년은 분리막 3사가 북미 현지에 공급 체계를 마련하면 IRA 혜택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마지노선이다.

SKIET와 LG화학은 해외에서 분리막 생산기지를 가동해 본 경험이 있어 북미 시장 진출 초기에 수율 개선 등을 통한 물량 확대와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앞서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빈자리 차지할 '고객 다변화' 경쟁 치열해질 듯

이와 함께 IRA는 해외우려국가(FEOC)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면 2024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도 담고 있다. FEOC에 대한 세부 규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중국 기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중국 상하이은첩(Semcorp)은 미국 내 부지가 있음에도 공장 건설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과 일본 아사히 카세이, 도레이 정도만 남는다. 아사히 카세이의 경우 국내 기업보다 먼저 북미 진출 계획을 확정했다. 다만 국내와 일본 분리막 기업들의 동향을 모두 따져보면 투자에 더 과감한 스탠스를 보이는 건 국내 기업들이다.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전후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 중국 기업들에 시장을 내주는 바람에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출처=SNE리서치>

이는 향후 중국 분리막 기업들의 빈자리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의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SKIET의 경우 분리막 생산 물량의 80%가량이 SK온으로 간다. 고객사를 다변화해 이를 50%까지 낮추는 게 목표다. 지난 6월 북미와 해외 지역을 대상으로 7년간 분리막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당시 SKIET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계약 상대와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신규 논의되는 물량의 대부분도 북미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WCP 또한 삼성SDI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80%에 달해 공급처를 최대한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화학은 도레이와 손을 잡은 만큼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측은 "고객사명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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