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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 "K팹리스 미래 달린 '한국형 실리콘밸리' 정부가 추진해야"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 겸 픽셀플러스 대표

김혜란 기자공개 2023-09-26 13:19:59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09: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3판교테크노밸리에 팹리스(설계전문)와 디자인하우스, 설계자산(IP) 업체, OSAT(패키지·테스트 외주업체), 인재양성기관 등을 한데 모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20년 넘게 팹리스 업계에 종사해 온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이서규 회장(사진)은 한국형 실리콘밸리 구축이 정부가 'K-팹리스'의 미래를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이라고 호소했다. 제3판교테크노밸리에 팹(Fab·공장)을 제외한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을 한곳에 모아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출범한 한국팹리스산업협회에 초대회장으로 취임해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는 팹리스 픽셀플러스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협회 일 비중이 60%, 회사는 40%밖에 신경을 못 썼다"고 말할 정도로 바쁘게 발로 뛰었다. 지난 1년간 협회장으로서 정부와 국회 등을 오가며 정책 제안을 하고 업계를 대변했다.

그의 임기는 2년이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경기도 수원 픽셀플러스 사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한국형 실리콘밸리, 정부가 판 깔아야"

정부는 용인과 기흥, 이천, 평택, 화성을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다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이서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회장(픽셀플러스 대표이사)

그러나 메가클러스터의 중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메모리 반도체 공장,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소부장 생태계가 될 것이 뻔하다. 한마디로 '제조' 중심이다. 제조와 '설계'는 사업 성격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공장 중심 클러스터에서 팹리스 생태계 육성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단 게 팹리스 업계의 우려다.

이 회장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서울과 가까운 판교에 별도의 팹리스 중심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에는 팹리스와 팹리스(설계)와 파운드리(제조) 간 가교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 IP기업, OSAT는 물론 연구개발(R&D)센터, 소부장 기업, 부품 상용화·제품인증센터, 교육기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구상이다.

팹리스 산업은 IP기업과 디자인하우스, OSAT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팹리스는 IP업체에서 IP를 사 칩을 설계한 뒤 디자인하우스에서 공정설계를 받고 최종적으로 제품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긴다. 그다음 후공정(OSAT) 업체가 나머지 작업을 맡는다. 하나의 반도체 칩이 제작되기까지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OSAT 등과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팹리스와 패키징 모두 첨단 기술을 요하고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라며 "서울과도 가깝고 교통 인프라도 좋아 젊은 인재들이 선호하는 제3판교테크노밸리 부지는 30만평까지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3판교테크노밸리 부지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정부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재양성시스템의 거점이 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는) 석·박사 인력도 필요하지만 고등학교를 나와서 1년 정도만 교육을 해도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런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며 "이런 전문인력을 배출는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게 정부가 결단하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여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제3판교테크노밸리를 팹리스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그림. 팹리스를 국가의 미래 산업 한 축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강한 결단과 의지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팹리스 강국인 미국이나 대만과 달리 국내 팹리스 산업은 아직 취약한 탓에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 없이는 자생이 어렵다.

이 회장은 "지금 정부가 투자하지 않으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더 성장할 수 없다"며 "(정부가) 용인 클러스터에 투자하면 다 되는 게 아니다. 그건 제조(에 대한 투자)일뿐이다. 팹리스 육성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 1년, 남은 과제들

이 회장은 또 팹리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대학 교수들이 IP를 개발하게 하고 정부가 개발 비용을 전액 지원, 개발된 IP를 팹리스에 제공하되 양산하면 로얄티를 지불하는 식의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키우면 자동차와 가전 등 다른 세트(완성품) 산업들도 고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스템 반도체가 탑재되지 않으면 가전의 인공지능(AI)화는 불가능하다. 또 국내 팹리스가 글로벌 회사로 큰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중요한 고객사가 될 수 있다. 결국 팹리스를 지원하는 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육성하는 길이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협회의 활동 성과로 "정치권과 언론, 시민들이 그동안 반도체 하면 메모리 기반의 제조 산업만 생각했는데, (팹리스 협회 출범 이후) 시스템 반도체와 팹리스 산업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범한 '반도체팹리스얼라이언스'도 팹리스협회가 일궈낸 성과 중 하나다. 팹리스가 아무리 반도체 칩을 잘 설계하더라도 칩을 사겠다는 수요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얼라이언스는 팹리스(공급)와 수요업체를 서로 연결하는 장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와 기술 교류도 시작했다.

회칙에 따르면 연임도 가능하지만 이 회장은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남은 임기 1년 동안 꼭 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팹리스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다. 기존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모든 반도체 기업을 다루고 있었는데, 팹리스는 제조 분야와 결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독립해 출범하게 팹리스협회다.

두 협회 모두 같은 산자부 산하에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협회에 업계 지원 프로젝트와 과제, 지원책, 자금이 몰려있다. 팹리스협회가 지속가능한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선 반도체협회와의 역할분담을 이뤄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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