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품절주'되나...엔카닷컴, 분산요건 '턱걸이' 공모상장예정주식수 10% 전량 신주 발행 방침 “공모자금보다 높은 밸류에 초점”
최윤신 기자공개 2023-10-06 07:56:04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분산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주식만을 공모하며 상장에 나서 이목을 모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최대주주 지분에 설정되는 의무보유를 고려할 때 상장 이후 상당기간 ‘품절주’ 지위를 누릴 전망이다.◇ 분산요건 최소치 ‘500만주’만 공모
엔카닷컴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지난 2021년 미래에셋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임한 뒤 약 2년만에 IPO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나섰다.
이 회사는 2014년 4월 SK㈜의 온라인 중고차 사업부가 별도의 법인으로 분할·신설된 기업이다. 연간 100만대 이상의 중고차가 등록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진단과 보증 등의 중고차 거래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최대주주는 호주 카세일즈홀딩스(Carsales Holdings). 호주 최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인 카세일즈닷컴의 지주사다. 법인 분할 설립 직후 회사 지분의 49.99%를 인수했고, 2018년 1월 잔여지분 전부를 가져가며 최대주주가 됐다. 카세일즈홀딩스가 50.1%의 지분을 매입하며 지급한 금액이 2050억원임을 고려할 때 당시 기업가치는 4000억원 가량으로 책정됐다.
당초 올해 2분기 중 예심 청구를 계획했으나 상장 계획을 다소 미뤘다. 회계연도 말 실적을 확인한 뒤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3 회계연도 기준 감사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2019년 회계기간을 변경해 결산일을 6월 말로 변경한 바 있다.
카세일즈홀딩스에 안긴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 회계연도에 매출은 579억원이었는데, 2023 회계연도에는 9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0억원에서 301억원으로 늘었다. 2023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230억원 대비 줄어들었다. 다만 이는 SK㈜에 설정된 '엔카‘ 브랜드 전용 사용권을 회수하며 발생한 일회성 비용 때문이다.
주목할 건 엔카닷컴이 계획중인 공모 구조다. 500만주를 전량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상장예정주식수(4736만6042주)의 10.6%에 불과하다. 통상적인 IPO에서 상장예정주식수의 20% 가량을 공모하는 점을 고려할 때 눈에 띄게 적은 수준이다. 예비심사청구서상 계획이기 때문에 실제 공모추진 과정에선 변경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예정한 공모주식수를 감안할 때 엔카닷컴이 증시 입성에 의의를 두고 최소한의 자금만을 모으기로 한 것으로 바라본다. 실제 공모하기로 한 500만주는 상장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소 수치’다. 한국거래소는 기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법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분산요건으로 전체 발행주식수의 10% 이상과 500만주 이상을 공모할 것을 요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규모가 적으면 수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밸류를 시장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계획하고 있는 공모구조로 미뤄볼 때 많은 공모자금을 유치하는 것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품절주 지위, 최소 6개월 누린다
계획대로 공모가 추진된다면 엔카닷컴은 상장 이후 ‘품절주’ 지위를 누릴 게 확실시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최대주주 지분에는 6개월 이상의 보호예수가 설정되기 때문에 유통가능한 주식수가 통제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카세일즈홀딩스의 지분율이 99.14%에 달하기 때문에 공모주식을 제외하곤 상장직후 유통가능한 주식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나머지 0.86%의 지분은 상장 준비과정에서 소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임직원들이 취득한 지분이다. 당시 임직원들의 주당 취득가액(1만1948원)을 고려한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이었다.
카세일즈홀딩스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풀리는 6개월 동안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의 주식만이 유통가능한 셈이다. 만약 카세일즈홀딩스가 자발적 확약을 더하면 품절주가 유지되는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공모 주식을 구주 매출이 없이 전량 신주로 발행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기업가치에 비해 공모 규모가 크진 않지만 최대주주의 엑시트가 아닌 엔카닷컴 법인으로 향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추진 과정에서 전량 신주발행을 계획하는 것은 투자금 회수보다 엔카닷컴의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카세일즈홀딩스는 2020년 이후 엔카닷컴으로부터 배당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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