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인베스트먼트는 계열사 자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단순히 외형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 뿐만 아니라 펀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해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의 대형펀드를 다수 결성해 트랙레코드를 쌓는데 계열사 자금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의 이같은 지원은 최근 펀딩 시장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다른 벤처캐피탈(VC)에 비해서 KB인베스트먼트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는 배경이다.

◇1000억 이상 펀드 대거 결성, 1조 실탄 확보…초기투자, 스케일업, 글로벌 투자 강화

KB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총 12개 펀드를 집중적으로 결성했다. 결성 규모는 1조20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의 대형펀드들이 5개로 총 8070억원 규모다. 당시 김종필 대표의 판단이 주효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펀딩 한파가 예상된 가운데 집중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대규모 드라이파우더를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말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의 드라이파우더(VC+PE)는 1조1360억원에 달했다. 리그테이블을 취합한 이래 KB인베스트먼트가 역대 최대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IMM인베스트먼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KB인베스트먼트는 외형을 확장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작업을 실시해왔다. 펀드를 집중적으로 결성하던 시기에도 이같은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12월 케이비 뉴딜 혁신 펀드(결성액 1000억원)를 조성했다. 2021년 6월 한국성장금융의 '정책형 뉴딜펀드' 기업 투자형 2021년 수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결성한 펀드다. 정책자금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도 LP로 참여했다.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2022년 1월 케이비 디지털 플랫폼 펀드를 결성했다. 총 3000억원 규모로 KB증권과 공동운용(Co-GP) 형태로 운용된다. KB금융그룹 차원의 전략적 투자(SI)펀드다. 주로 KB금융 계열사들과 유망 기술 기업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펀드다.

이처럼 목적성이 강한 경향을 지닌 펀드들을 결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투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펀드들도 다수 결성됐다. 특히 스타트업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자금을 매칭하기 위한 펀드들도 확보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4월 '케이비 파운더스 클럽 2022펀드'를 3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드(Seed) 투자부터 프리(Pre) 시리즈A 투자를 전담한다. 스케일업을 강화하기 위한 실탄도 마련했다. 2022년 11월 157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했다. 앞서 2020년 12월 케이비 스마트 스케일업 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결성한 바 있다.

구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만들었다. 지난해 케이비 테일엔드 펀드를 185억원 규모로, 케이피 세컨더리 플러스 펀드를 158억원 규모로 각가 조성했다. 세컨더리 펀드가 개별 기업의 구주에 투자한다면 테일엔드 펀드는 만기가 임박한 벤처펀드의 잔여자산을 통매입하는 펀드다. 잔여자산을 매입하는 만큼 투자 대상이 정해져 있다.

미국 바이오 투자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도 25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10년 만기의 대형 글로벌 펀드다. KB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조성한 KB-솔리더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1500억원 규모로 만든데 이어 2019년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펀드를 22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올들어 글로벌 펀드를 결성하면서 규모를 한층 더 키웠다.

이 외에도 케이비 프라임 디지털 플랫폼 펀드(결성액 300억원), 케이비 통신3사 ESG 펀드(400억원), 케이비 핀테크 혁신 2호 펀드(300억원) 등을 잇따라 결성해 펀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했다.

◇계열자금 수천억 출자 받아, 당분간 투자 집중 '트랙레코드 쌓기'

KB인베스트먼트는 이처럼 다양한 영역의 펀드를 결성함에 따라 투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특히 특정 섹터, 분야, 지역에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결성해 점차 그 규모를 키워나가면서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다.

투자 영역을 다변화하는 것은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심사역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전문성이 강화되는 셈이다. 또 여러 전략과 분야로 투자 영역을 넓힘에 따라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대형사들이 끊임없이 투자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다.


KB인베스트먼트가 이처럼 투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건 계열사 LP(출자자)들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은 최근 수년간 KB인베스트먼트 펀드에 출자를 확대했다. 예컨데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 결성액 2500억원 가운데 계열사들이 2000억원을 책임진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 케이비 디지털 플랫폼 펀드 등에 모두 출자한다. 케이비 뉴딜 혁신 펀드, 케이비 프라임 디지털 플랫폼 펀드, 케이비 스케일업 2호 펀드 등에 출자금을 댔다. KB캐피탈, KB증권도 해당 펀드들에 모두 자금을 태웠다. 5개 펀드의 약정총액은 8000억원을 웃돈다. 이 가운데 최소 5000억원 이상을 주요 계열사들이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인베스트먼트는 그러나 올해는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2호 펀드, NPS 펀드, 글로벌 펀드가 출자하는 역외펀드 등을 제외하면 신규 펀드를 결성하지 않았다. 펀드레이징이 쉽지 않은 가운데 당분간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