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3 review]유한 '렉라자' 글로벌 날개 달아준 '마리포사 3상'단독요법·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 모두 가능성 입증 성공
정새임 기자공개 2023-10-27 08:49:49
[편집자주]
블록버스터 항암제라면 거쳐야 할 세계 최대 암학회, ESMO 2023(유럽종양학회)이 10월 20일부터 닷새간의 여정으로 열렸다. 키트루다·엔허투를 이을 블록버스터급 후보작이 누가 될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때 '주변인'에 머물렀던 국내사들의 존재감도 커졌다. 올해 ESMO에는 약 15곳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각사의 기술력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더벨은 주목해야 할 국산 신약의 데이터를 리뷰해보고 향후 개발전략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07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3) 하이라이트인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을 장식한 약물엔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있다. 렉라자는 얀센의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표준치료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1차 표준치료로 가장 널리 쓰이는 '타그리소'를 겨냥했다.이번 임상은 렉라자 글로벌 진출을 위한 마지막 퍼즐과 다름없다. 얀센은 이번 임상을 근거로 미국 등 주요 국가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오스코텍(제노스코)과 유한양행, 얀센을 거쳐 글로벌에 데뷔하는 서사가 완성되는 셈이다.
◇리브리반트+렉라자, 타그리소 대비 질병 진행·사망 위험 30% 감소
올해 ESMO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렉라자+리브리반트 데이터는 MARIPOSA(마리포사) 연구로 명명된 글로벌 3상 임상이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한 시장의 가장 큰 궁금증은 기존 표준요법을 신약이 대체할 수 있느냐였다. 결론적으로 타그리소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개념보다 치료옵션이 하나 더 늘어나는데 의미가 부여되는 모습이다.
연구에 등록된 총 1074명의 환자들은 △리브리반트+렉라자(429명) △타그리소(429명) △렉라자(216명) 세 개 그룹에 무작위 배정됐다. 렉라자 병용요법뿐 아니라 단독요법의 효과와 안전성도 측정했다. 1차 평가지표는 무진행생존(PFS)이며, 그 외 2차지표로 전체생존(OS), 객관적 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 2차 무진행생존(PFS2) 등이 설정됐다.

발표에 따르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요법(16.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낮췄다(HR=0.70).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뇌 전이 유무와 관계없이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렉라자 단독요법도 무진행생존기간 18.5개월로 의미있는 결과를 냈다.
객관적 반응률은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과 타그리소가 각각 86% 8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응지속기간은 병용요법을 썼을 때 9개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생존의 경우 추적관찰 중으로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았다. 다만 리브리반트+렉라자에 우호적인 경향성이 관찰됐다. 24개월 시점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생존율은 74%로 타그리소(69%) 대비 사망 위험을 20% 줄였다(HR=0.80).

안전성 측면에서는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을 보인 환자 수가 리브리반트+렉라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리브리반트+렉라자군의 경우 429명 중 316명(75%) 3등급 이상 이상반응을 보였다. 타그리소군은 183명(43%)이었다. 심각한 이상반응은 리브리반트+렉라자군 49%, 타그리소군 33%였다. 다만 사망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을 겪은 비율은 8%, 7%로 비슷했다.
특히 정맥혈전색전증은 리브리반트+렉라자군에서 37%가 발생해 타그리소군 9%보다 높은 편이었는데, 이로 인해 임상에서도 리브리반트+렉라자 치료 첫 4개월간 예방 차원에서 항응고제를 복용할 것으로 권고했다. 정맥혈전색전증을 겪은 대부분의 환자는 2등급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렉라자 병용 적응증으로 글로벌 진출 채비…단독요법은 미지수
렉라자는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가 최초로 개발한 것을 유한양행이 사들여 다시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 물질이다.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표적항암제다.
현재 EGFR 표적항암 시장은 타그리소 전성시대다. 얀센은 자사 신약 물질인 리브리반트에 렉라자를 더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EGFR 흔한 변이를 렉라자로 잡고, EGFR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엑손20 변이와 MET을 동시에 잡는 리브리반트를 더해 효과를 더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글로벌 허가를 받은 곳은 없다. 리브리반트는 단독요법으로 글로벌 허가를 받았지만, EGFR 드문 변이를 표적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환자에서는 쓰일 수 없었다. MARIPOSA 연구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임상으로 꼽힌다.
비록 무진행생존기간 23.7개월이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듯하다. 신약 두 개를 씀으로써 늘어난 비용과 부작용 우려만큼 획기적인 개선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타그리소를 완전히 대체하는 개념보다는 표준치료옵션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점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타그리소 대체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번 임상으로 렉라자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 얀센은 연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 대해 허가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렉라자 단독요법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비록 타그리소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지만, 렉라자가 침투할 만한 시장도 충분히 있다. 환자 특성이나 가격 정책에 따라 타그리소 대신 렉라자를 선택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단독요법 허가에 대한 키는 유한양행이 아닌 얀센이 지니고 있다. 타그리소의 영향력이 지대한 상황에서 렉라자 단독요법 마케팅에도 얼마나 힘을 쏟을 지 미지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글로벌 개발 권리를 지닌 얀센이 단독요법 적응증도 추가로 신청할 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타그리소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에 개별적으로 (단독요법) 허가신청을 하는 등 여러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병용요법 허가가 우선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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