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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동박공장 기술력 담아낸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 [르포]가장 얇고 길고 넓게, 30년 노하우에 최신 기술·설비 적용…"전지용 동박 표준"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김동현 기자공개 2023-11-06 11:19:39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5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레이시아 대표 휴양지인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의 시내에는 과거 주청사로 쓰이던 원통형 건물이 있다. 해변을 끼고 있는 독특한 원통형 구조로 코타키나발루 대표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내륙 북쪽 방향을 향해 차로 약 30분을 달리면 코타키나발루산업단지(KKIP)가 나타난다.

1994년 조성된 KKIP 내 오래된 공장 건물 숲 사이에 외관상 가장 깔끔한 모습을 한 흰색 건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SKC의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가 세운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이곳은 2021년 착공에 들어가 올해 10월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SK넥실리스의 첫 해외 생산거점이기도 한 말레이시아공장을 지난 1일 방문했다.

◇30년 기술력에 최신 설비로 생산성↑

SK넥실리스의 모태는 1996년 LG금속의 동박사업 진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금속이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 생산을 위해 전북 정읍에 연산 3000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꾸렸고 이 사업장이 LS엠트론, KCFT 등 간판을 바꿔달다가 2020년 SKC가 인수하며 지금의 SK넥실리스가 탄생했다.

이 사이 정읍공장에선 전지박 개발·양산(2003년)에 나섰고 공장 규모도 4공장까지 늘리며 생산능력을 3만톤으로 확대했다. SK그룹 품에 안긴 뒤로는 5공장, 6공장을 차례로 준공해 단일공장 기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5만2000톤)을 갖추게 됐다.


오랜 기간 SK넥실리스의 핵심 사업장이었던 만큼 이곳에서 연이어 세계 최초의 기록이 탄생한다. 이차전지 내 음극을 감싸는 역할을 하는 동박은 그 두께가 얇을수록 더 많은 활물질을 채울 수 있는데 정읍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5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4㎛ 전지박을 개발·생산했다.

하지만 30년에 가까운 운영 기간 탓에 신규 공장을 증설하지 않는 한 신규 설비나 최신 생산기술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SK넥실리스는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 첫 지역으로 말레이시아가 낙점받았다. 이중 말레이시아 공장에 구축된 최신 설비를 꼽자면 지름 3m 규모의 드럼형 제박기를 들 수 있다.

동박은 용해→제박→슬리팅→검사·출하의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데 용해 공정을 통해 나온 구리 용해액에 전기분해 반응을 일으켜 동박을 생산한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에는 이 제박기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는데 제박기 크기가 클수록 투입 전류가 늘어 생산성이 올라간다.

정읍공장 일부에도 이 대형 제박기가 도입되긴 했지만 전체 공장에 전면적으로 들어선 것은 이곳 말레이시아 공장이 처음이다. 1공장만 했을 때 60대이지 내년에 2공장까지 가동하면 그 수가 120여대로 늘어난다.

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 전경. 첫번째 공장(위 건물)은 10월 말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2공장은 내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사진=SK넥실리스)
제박 과정을 마친 동박은 슬리팅을 거쳐 최종 제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슬리팅은 쉽게 말해 얇은 동박을 고객사 요구에 맞춰 원하는 폭으로 자르는 과정인데 여기에도 SK넥실리스의 특허기술이 들어간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전지박이 찢어지거나 구겨지면 제품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다. SK넥실리스는 생산한 전지박을 슬리팅 공정으로 옮기는 전과정을 자동화했을 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길이만큼 돌돌 감아주는 과정에 웹핸들링이라는 기술을 적용해 불량 가능성을 줄였다.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된 만큼 공정 하나하나의 공간에는 현지 엔지니어 인력들이 배치돼 안정적으로 생산 과정을 관리하는 데 집중한다. 원재료가 들어와 제품을 만들어 포장하는 전과정은 빠르면 열흘 만에 진행된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에서 직원이 동박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사진=SK넥실리스)

◇"신규 이차전지 사업자가 가장 먼저 찾는 동박"

SK넥실리스의 제품군은 크게 6가지로 나뉜다. 5㎛ 이하의 초극박 제품부터 12㎛까지, 고내열, 고강도, 인장강도 등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적합한 이차전지용 동박을 공급한다. 국내를 비롯해 중국, 대만, 일본, 미국 등 전세계 60여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동박 시장에서 다양한 제품군을 앞세워 그때그때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것이다.

김자선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법인 동박생산실장은 "제품 라인업이 다양하고 제품 특성이 고객사 요구에 충족하기 때문에 메이저 이차전지 회사들도 우리를 선호하고, 신규 진입하는 이차전지 제조사도 우리와 가장 먼저 접촉한다"며 "SK넥실리스가 전지용 동박의 표준이 돼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넥실리스는 처음 말레이시아 생산공장을 세울 당시만 해도 총 생산능력 규모를 연산 5만톤(1·2공장 합산) 규모로 예상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고객사 수요와 높은 생산효율 덕에 그 규모를 5만7000톤으로 확대했다. 최대 공장인 정읍공장의 생산능력(5만2000톤)을 앞지르게 되는 것이다.

현재 SK넥실리스는 내부적으로 경쟁사 대비 드럼 설비 대당 생산량이 20%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초창기 생산능력은 1만4000톤 수준이지만 추가 고객사 인증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가 가기 전까지 그 규모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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