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점검]'내실경영' 택한 트렌비, '적자 다이어트' 성적표는?①20억 손실 예상, 전년비 적자 90% 감소…마케팅비 줄이고 구조조정 단행
구혜린 기자공개 2023-11-09 08:51:26
[편집자주]
팬데믹 시절 눈에 띄게 성장한 플랫폼 산업 중 하나가 '명품 이커머스’다. 면세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규모를 급격하게 키웠다. 명품 이커머스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 속에 모험자본이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요구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펀딩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출혈 경쟁이 발목을 잡았다. 더벨은 시장 핵심 플레이어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5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명품 플랫폼 가운데 가장 많은 마케팅비를 지출했던 트렌비의 사업 기조가 크게 달라졌다. 마케팅비를 줄임에 따라 매출액이 줄어들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흑자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되자는 목표다. 올해는 구조조정까지 불사하며 적자 폭을 전년대비 90%가량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생 가능한 스타트업' 목표에 도달하려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6일 트렌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약 2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는 흑자전환했으나, 이 기조가 하반기까지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간 결산액이 아닌 잠정 예상치이므로 최종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허리띠 졸라매기' 매출 확대보다 수익성 우선
올해는 무려 90%가량 적자 폭을 줄일 전망이다. 기존 트렌비 오퍼레이션 총괄(COO) 및 리세일 총괄 대표(CRO)를 맡다가 지난 7월 공동대표직에 오른 이종현 대표는 "올해는 적자 폭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작년 20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 여기서 9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 이유가 거래액 및 매출액 증가 때문은 아니다. 올해는 거래액과 매출액 모두 역성장 예정이다. 트렌비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2020년 171억원, 2021년 218억원, 지난해 225억원으로 매년 증가세였다. 각종 투자액을 늘린 만큼 외형 성장도 따랐다. 다만 비용을 두 배 들일 때 매출이 30%가량 늘어나는 등 지출과 수익이 정비례 곡선을 그린 건 아니었다.
트렌비는 비용 축소를 택했다. 우선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케팅비를 줄였다. 명품 플랫폼의 공격적인 홍보 경쟁에 가담하면서 트렌비의 광고선전비는 2020년 91억원에서 2021년 299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상태였다. 지난해에는 이를 123억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는 여기서 더 축소했다는 게 트렌비 측 설명이다.
◇대형 이커머스사 제휴로 마케팅 대체
마케팅비를 줄이는 대신 사이트 제휴를 늘였다. 트렌비는 최근 11번가, LF 등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중고 명품 사업을 확대하길 원하는 기존 커머스사와의 협업을 택한 것이다. 이종현 대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인 대신 우리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명품 쪽 투자를 많이 늘리고 있는 몇 곳과 더 제휴를 논의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트렌비가 지난해 마케팅비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음에도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인건비 증가 때문이었다. 2021년 총 59억원 수준이었던 급여가 지난해 12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작년 말 140여명이었던 직원이 100여명으로 축소됨에 따라 인건비 항목을 줄였다. 이 대표는 "특별히 한 팀을 없앤 건 아니고 모든 팀의 인력을 줄였다"고 말했다.
당분간 외부 투자 유치 계획은 없다. 지난해 진행한 시리즈D 라운드 투자금이 아직 남아 있다. 지난해 9월 트렌비는 기존 투자사인 IMM인베스트먼트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이고 내년 흑자전환 이후 당당히 '자생 기업' 리스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현 대표는 "우선은 흑자전환과 비즈니스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외형성장은 줄이더라도 내실을 챙긴다는 기조로 최대한 수익성을 살리는 모델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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