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Move]SK온 해외법인 이직률 고민되네미주지역 이직률 53%, 아시아 54%...복지 확대·한국식 근무제도 변화 고민
정명섭 기자공개 2023-11-15 14:10:05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기업의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력적인 회사가 되지 않으면 더 많은 직업 선택권을 가진 미래 세대에게 외면받을 것입니다."SK그룹 수석부회장이자 SK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재원 부회장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SK그룹은 자산규모 기준으로 삼성에 이어 국내에서 둘째로 큰 대기업집단이다. 높은 수준의 연봉과 복지제도, 사업 안정성 등으로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회사로 손꼽힌다.
최 수석부회장이 돌연 채용 걱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가 각자 대표이사로 이끌고 있는 이차전지 제조사 SK온과 관련이 있다. SK온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헝가리), 중국 등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문제는 국내 법인 대비 해외 법인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최 수석부회장이 CEO 세미나 당시 "(SK그룹에) 최고의 글로벌 인재들이 올 수 있도록 그 나라의 문화와 경영방식에 익숙한 현지 조직에 과감히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 건 이와 연관이 있다.
SK온이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SK온의 미주지역 이직률은 52.97%를 기록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1·2공장 등이 포함된 통계다. 아시아 지역 법인의 이직률은 52.42%, 유럽 지역은 37.2%를 기록했다. 세 권역의 퇴직자 수는 총 4378명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법인의 이직률(정규·비정규직 합산)은 4.01%, 퇴직자 수는 111명에 불과했다.
국내외 법인 간 이직에 대한 온도 차가 큰 이유로 치열한 생산인력 확보 경쟁, 잦은 이직 문화, 한국형 근무제도 등이 거론된다.
미국은 작년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이차전지 업계의 북미 생산기지 신·증설 경쟁이 벌어진 근간이다. 이에 현지에선 일손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SK온 설명에 따르면 미주 지역 생산 근로자들은 처우에 따라 쉽게 이직하는 경향이 강해 인력 관리가 쉽지 않다. SK온의 현지 공장은 설립하고 가동된 지 불과 1~2년 정도에 불과하고 'SK'라는 브랜드 이미지의 무게감이 한국보다 낮은 편이라 인력을 수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SK그룹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데 SK가 뭐 하는 회사인지 아직 모르는 현지인들이 많다"며 "이에 현지 전문가로 불리는 분들을 뽑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식 근무제도가 현지 근로자들에게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주·야간 교대 근무의 경우 국내 제조업계에선 흔한 근무 형태지만 미주 등 일부 지역에선 환영받지 못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올해 현장 근로자들에게 야근과 추가 근무 등을 강요했다가 익명 기반의 기업 평판 사이트 글래스도어에서 '별점 테러'를 받기도 했다. SK온이 최근 주·야간 교대 근무를 고정 근무 형태로 변경한 것도 미국 법인 직원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SK온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현지 직원 복지를 늘리고 있다. 미주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401K'의 추가 저축 지원을 확대하고 제공 의무가 없는 식대와 휴게시간을 지급하는 식이다.
미국 근로자는 401K에 저축을 하면 소득공제도 받고 대부분의 회사가 근로자가 납입한 금액에 맞춰 '추가 저축'을 해준다. 이 비율은 평균 4%인데 SK온은 6%로 책정했다. 이밖에도 직원과 가족 대상 민영 의료보험료의 90%를 지급한다. 지원금액으로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SK온은 CEO 세미나 이후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시작했다. 유연근무제를 포함한 여러 근로제도가 논의 대상이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이달 초 '배터리의 날'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근무제도 변화 계획에 대해 "준비하고 있긴 한데 아직 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아 먼저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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