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카카오, 해법은]논란 중심서 백의종군 외치는 김정호, 카카오 쇄신 가능할까무보수로 감사작업 돌입, 욕설 논란으로 내부 비리 수면 위에…감사 파급력 '주목'
이지혜 기자공개 2023-12-01 12:56:57
[편집자주]
카카오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물론 핵심 경영진과 그룹 계열사까지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업을 멈출 수도, 잠시 쉴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은 물론 헬스케어, 엔터사업까지 당장 신성장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카카오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저력을 입증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카카오의 속사정과 위기를 극복할 활로를 조명했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15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이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김 총괄은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격인 CA협의체 4대 총괄로 영입한 인물이다.김 총괄이 핵심 업무는 내부 감사다. 김 총괄은 데이터센터, 아레나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끊임없이 비리가 제보되자 강력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는 김 창업자가 김 총괄에게 특히 당부한 일이기도 하다. 김 창업자는 김 총괄에게 인사와 감사를 제대로 수행해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줄 것을 부탁하며 삼고초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김 총괄이 이런 업무를 수행하다 회의 중 욕설을 하며 불거졌다. 더욱이 이런 경위를 설명하고자 본인의 SNS에 현재 감사 진행 사항 등을 상세히 올리면서 카카오의 기밀을 유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카카오는 김 총괄의 행위에 대해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김 총괄이 지휘하는 감사작업의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총괄은 카카오가 그룹 전체를 일신하기 위해 내세운 강력한 감사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준신위)의 내부위원으로도 소속됐다. 김 총괄의 감사에서 비리 등이 적발된다면 준신위의 핵심 안건으로 다뤄져 대대적 조사와 직접적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김정호, IDC·서울 아레나 사업 고강도 내부 감사
29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총괄이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과 서울 아레나 사업과 관련해 고강도의 내부 감사를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건은 카카오의 유관 부서에 인입되어 사실 관계 파악과 전면적 감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과 서울 아레나 건설사업은 카카오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핵심 건설 프로젝트다. 두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를 모두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한다.
카카오는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에 연면적 4만7378㎡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12만 대 이상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규모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올해 9월 말 준공돼 내년 1분기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공사 금액은 총 4249억원 규모다.

서울 아레나는 서울시 도봉구 창동의 5만㎡ 부지에 건설되는 국내 최초의 아레나급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다. 7개관의 영화관과 상업시설까지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로 건설될 예정이며 한화 건설부문을 주축으로 이달 첫삽을 뜬다. 서울 아레나의 건축비만 3008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해당 사업에 대해 그동안 비리 의혹이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카카오가 해당 사업을 전면 감사하는 배경이다.
김 총괄이 감사 절차를 지휘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김 총괄은 “4달 전 김 창업자와 저녁을 하며 어려운 부탁을 들었는데 C레벨 인사를 포함해 카카오 전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고쳐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데이터센터와 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의 끝없는 비리 제보 문제 등 얘기를 듣다보니 결국 (김 창업자의 부탁을) 승낙하게 됐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김 총괄이 카카오 경영에 적극 관여하게 된 건 올 9월부터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인해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고조되자 그룹을 쇄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김 창업자는 카카오그룹의 콘트롤타워격인 CA협의체의 경영지원 총괄로 김 총괄을 영입했다.
김 총괄과 김 창업자의 인연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7년 3월생인 그는 김 창업자와 삼성SDS에서 직장생활을 함께했다. 또 네이버의 공동창업자로서 네이버컴 서비스본부 이사, NHN한게임 대표 등을 지냈다.
그러면서도 김 창업자와 관계도 돈독히 이어갔다. 김 창업자의 기부를 바탕으로 설립된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의 이사장을 지난해 5월부터 맡아왔다.
김 총괄은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직을 수락한 직후 본인의 SNS에 “당분간 카카오 공동체의 C레벨 인사와 감사 업무를 맡기로 했다”며 “임기는 2년이며 베어베터,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업무는 그대로 수행한다”고 밝혔다.
◇진정성 입증 위해 '백의종군', 감사 파급효과 '주목'
사실 김 총괄의 감사작업이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비롯됐다. 김 총괄이 22일 부서장 등 임원 다수와 내년 1월 시작할 제주도 프로젝트를 놓고 회의를 진행하다 욕설을 한 게 발단이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총괄은 현재 감사 중인 사항과 함께 어떤 맥락에서 욕설을 하게 됐는지 등 경위를 본인의 SNS에 밝혔다.
김 총괄에 따르면 제주도 프로젝트에 카카오 직원을 보내려 했으나 한 임원이 뚜렷한 이유는 대지 않은 채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700억~8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담당 임원의 결재나 합의 없이 진행하는 관행을 놓고 언쟁을 하다 욕설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 카카오가 김 총괄의 욕설 행위 등에 대해 어떤 징계를 내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현재 구체적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이 김 총괄의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카카오에서 김 총괄이 맡은 역할이 막중해서다. 욕설 등에 대해서는 내부 징계절차를 따르되 업무는 계속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더군다나 김 총괄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 지도 애매한 지점이 있다. 김 총괄은 비록 카카오의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개혁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무보수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부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기존 기득권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음해와 투서, 트집 잡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트집잡기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보상을 전혀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보상에는 보너스나 스톡옵션, 법인카드, 차량은 물론 월급까지 포함된다.
이와 별개로 김 총괄이 감사를 진행하다 문제점을 적발한다면 사안이 더욱 크게 확산될 수도 있다. 김 총괄은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뿐 아니라 카카오 소속 사내위원으로서 준신위에도 소속되어 있다.
준신위는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카카오만의 사법기구라고 할 수 있다. 계열사에 대해 △내부조사 요구권 △위원회의 직접 조사 실시권 △핵심 의사결정 조직에 대한 긴급 중단 요구권 등 실효적이고 직접적 제재 권한을 보유한다.
다시 말해 김 총괄이 착수한 감사작업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추후 준신위가 본격적으로 출범했을 때 대대적으로 다뤄질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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