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자산운용이 이달 첫 ETF를 출시한다. 시장 대표지수 코스피200을 추종하는데 이 상품을 시작으로 라인업을 확충해 간다는 방침이다. 대부분의 종합운용사들이 ETF 시장에 뛰어들어 상품들을 선보일 때 IBK운용은 외부 자문업체와 협력해 EMP 펀드를 출시해 시장에 대응해 왔다. 그러던 IBK운용이 장고 끝에 ETF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국내 ETF 시장은 소수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점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순자산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41.7%.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6.1%로 뒤를 이었다. 두 운용사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KB자산운용(8.1%)과 한국투자신탁운용(4.7%) 등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 ETF 시장의 9할이 채워진다.
점유율 상위권 운용사들은 그룹 계열사 판매 채널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ETF라는 상품 자체가 벤치마크 수익률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품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IBK운용이 시장에 족적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이 시장 포화로 인력 충원마저 쉽지 않다는 요즘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IBK운용의 ETF 출시가 전규백 대표의 성과를 남기기 위한 시도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전 대표 결정 없이는 ETF 시장 참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중장기 프로젝트로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2년마다 바뀌는 대표들이 매번 같은 방향을 내다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회사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조금 더 복합적이다. 가장 먼저 귀에 들리는 건 공모펀드 위기론이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판매사 오프라인 지점 채널에서 펀드를 가입하는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지점을 찾아 펀드 가입 의사를 타진하면 창구 직원들은 모바일 비대면 가입을 권유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비대면 가입 절차가 간단한 건 아니다. 펀드 하나 가입하려면 최소 30번 최대 70번 화면을 터치해야 한다. 그 절차를 꾹 참고 펀드를 가입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펀드들 성과가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작년 한 해 국내외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부분 펀드 수익률이 부진했다. 펀드 시장에 돈이 마를 수밖에 없다.
리테일 시장 공략이 어렵다고 기관에 목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관들은 지금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채권형 펀드를 찾기 일쑤인데, 채권형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다. 퇴직연금과 OCIO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는 이상 뚜렷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주력 사업만으로는 회사를 성장시키기 쉽지 않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사방이 막혀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IBK운용 의사결정권자들은 ETF 시장에서 당장 돈이 나오지 않더라도 진입 문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면 일단 시장에 뛰어든 다음 그 다음 스텝을 밟자고 결론내렸다는 전언이다.
IBK운용 의사결정 과정이 시장에서 판단할 만큼 비장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신규 사업이 모회사 출신 대표의 공적 남기기였다는 평가로 남지 않으려면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전 대표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후임 대표가 전 대표의 ETF 바통을 넘겨받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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