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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프리뷰]현대엘리 현정은 회장은 손떼지만…'백기사' H&Q 대표 이사 추천현정은·현대홀딩스 지분 4분의1 이상…쉰들러·KCGI 표심 어디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3-12-18 10:06:19

[편집자주]

주주총회 안건은 기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배당부터 합병과 분할, 정관변경과 이사 선임 등 기업의 주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매듭짓게 된다. 기업뿐 아니라 주주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별·보통결의 안건들은 주주의 구성에 따라 통과되기도,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한다. 더벨이 주주총회 안건이 불러올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주주 구성에 따른 안건 통과 가능성 등을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5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가 신임 이사로 임유철 H&Q코리아파트너스 공동대표를 추천했다. H&Q코리아는 현대홀딩스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된다. 현 회장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손을 떼는 한편 이사회 재정비를 예고한 바 있다. 현직 감사위원도 주총 날짜에 맞춰 사임을 예고하고 새 후보를 안건으로 올렸다.

현 회장과 현대홀딩스 등의 지분이 4분의 1을 넘어 보통결의 사항인 이사 선임 안건은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감사 선임은 3%룰이 적용돼 향방을 알 수 없다. 쉰들러홀딩스와 KCGI자산운용,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대 의견을 표하는 기관투자자가 많다면 경영권과 주주이익을 둘러싼 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 임유철 H&Q코리아 대표 신임이사 추천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두 가지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달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직에서 각각 사의를 표한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밝힌 사임 배경은 지배구조 고도화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달 새로운 이사진 구성과 신임 이사회 의장 선임을 예고했었다. 임시 주총을 거친 뒤 후속 주총을 통해 이사회 의장도 선출할 방침이다. 차기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새 이사진으로 추천된 인물은 임유철 H&Q코리아파트너스 공동대표다. 임 대표는 20년 이상 H&Q코리아에 몸담은 인물로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New York) 전략기획 이사와 리타워테크놀로지 기획실장, Leadcorp 신규사업 본부장, H&Q코리아 부사장 등을 거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임 대표가 16년간 직접 투자대상기업의 기타비상무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해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경제와 경영 분야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 및 재무정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두루 축적했다며 후보 추천 사유를 밝혔다.

현 회장의 빈 자리를 아군인 H&Q코리아에서 채운다는 이야기다. 이원종 H&Q코리아 공동대표가 현대홀딩스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 바 있어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사 파견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H&Q코리아는 현 회장의 개인회사인 현대홀딩스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백기사로 떠올랐다. 현 회장은 쉰들러의 소송으로 1700억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불해야할 상황에 놓이는 등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다.

H&Q코리아가 현대홀딩스가 발행한 메자닌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약 3100억원을 수혈했다.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이다. 현대홀딩스는 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9.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임 감사로는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파트너(공인회계사)가 후보에 올랐다. 내년 3월까지 임기가 예정됐던 서창진 감사위원은 12월 29일 임시 주총에 사임이 예정돼 있다고 현대엘리베이터는 밝혔다.

◇'4분의1' 지분에도 긴장…"적극 대화" vs "일부 투자자 반대"

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 보통결의 사항이다. 상법상 보통결의사항은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 및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찬성만으로 의결이 이뤄진다. 감사의 선임은 3%룰이 적용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오너와 오너의 개인회사의 보유량이 빠듯하게 보통결의 발행주식 조건을 채운다. 현 회장과 현대홀딩스의 지분이 각각 5.74%, 19.26%다. 특수관계인 지분 등을 합하면 27.8%다. 다른 투자자들의 지분을 확실히 누를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보통결의 사항은 독자적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다만 경영권과 주주이익 등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싼 다툼이 많은 상황인 만큼 내외부 관계자들도 결과를 확언하지는 못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의견도 눈여겨 봐야할 요소다.

주목할 만한 곳은 우선 지분이 높은 쉰들러와 국민연금, 오비스 등이다. 국민연금과 쉰들러가 29일 주주총회에서 어떤 의견을 낼 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두 곳은 몇 차례 입장을 드러내 왔다.

쉰들러는 본래 현 회장의 아군이었지만 2010년 이후 사이가 틀어졌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주주대표 소송, 집중적인 지분 매각 등으로 현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어왔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직후인 2019년에도 현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기권했다. 가장 속내를 알 수 없는 곳이 오비스다. 오비스는 조세피난처인 버뮤다에 근거지를 둔 곳으로 2021년 11월 5% 지분보유 현황을 공시했다.

주주행동에 적극적인 KCGI자산운용도 표심을 흔들만한 요소다. 보유 지분량은 2% 수준으로 혼자서는 캐스팅보트가 되기 역부족이지만 기관투자자 중 일부, 혹은 소액주주 결집으로 대항마를 만들 수 있다. 반대 의견의 근거로는 인물의 면면에 앞서 절차상의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임유철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와 이기화 감사 후보 2인이 선임되는 작지 않은 안건"이라며 "인물의 적격성 이전에 감사 후보만 봐도 주총 2주 전인 현재 시일이 촉박하게 공개하는 것은 소액주주 권리 보장을 위해 입법된 3%룰의 취지와 어긋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관·소액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정책 공시 후 KCGI와 한 차례 면담을 가진 바 있다"며 "KCGI 등 기관투자자들의 요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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