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자금조달 그 후]SK온 수혈이 남긴 흔적 '단기차입' 그리고 '주가'②차입구조 단기화 심화…유증 발표 기점으로 주가 30% ↓
이호준 기자공개 2023-12-22 10:11:18
[편집자주]
'6245억원'. SK이노베이션이 3개월 만에 감축한 차입 규모다. 대규모 자금을 단기에 조달하기 위해 기획한 조단위 유상증자의 성과답게 상당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채무 상환에 배정된 돈은 사실상 다 지출했다고 보는 게 맞다. 돈 들어올 구멍이 또 있을지, 계열사들을 지원할 여력은 있는지, 새 수장 박상규 총괄사장은 어떻게 대처할지 등 회사가 마주한 고민을 다시 곱씹게 한다. SK온 수혈과 유상증자 후 바뀐 SK이노베이션은 어떤 상황일까. 더벨은 전환점이라 부를 수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적·재무적 변화를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16시3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확실히 'SK온 부담'을 덜었다. SK온의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 2조원을 수혈한 지난해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원 부담을 느꼈을 텐데 올해 SK온이 투자유치에 성공해 당분간 걱정에서 벗어났다.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차입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차입구조도 단기화됐다. 올해 단행한 유상증자로 1조1140억원을 조달하며 빠르게 자금을 확충했지만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대가로 주가는 흘러내렸다.
◇높아진 단기차입금의존도…상환 부담도↑
SK이노베이션은 '장기화된 차입 구조'의 대명사였다. 차입금 규모는 해마다 2조원대 이상을 유지했는데 만기 구조가 길고 금리가 낮은 장기차입금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작년 상반기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의존도(단기성차입금/자산총계)는 1.8%(3420억원)에 불과했을 만큼 단기 상환 부담이 적었다. SK㈜(16.8%)나 SKC(16.2%) 등 SK그룹 내 다른 지주사들과 견줘서도 확연히 낮은 의존도를 보였다.
그런데 하반기 들어 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이 1조2700억원(3분기), 1조6000억원(4분기)까지 늘었다.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급격히 높아져 작년 3분기 말에는 6.7%, 작년 말에는 8.3%까지 상향됐다.

이 시기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 유상증자에 참여하던 때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2조원을 수혈했다. 상반기 보유 현금성자산(1조330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급감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금을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해 단기 조달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3분기까지도 단기차입금은 작년 3분기(1조2700억원)와 비슷한 1조2800억원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현재 현금창출력은 둔화한 상태다. 이 회사의 부채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총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올해 9월 말 별도 기준 약 3.5배 수준이다.
1년간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려면 3년 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더 쉽게 말해 상환부담이 커졌단 뜻이다. 보통은 3배 밑을 우수하다고 본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상반기까지 적게는 0%대 많게는 2%대의 총차입금/EBITDA를 유지했다.
◇'주가'에도 조달 흔적 남아…'SK온 성과 나와야'
흔적은 SK이노베이션 주가에도 남았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수혈' 여파로 올해 6월 유상증자를 발표했고 9월 청약 등을 거쳐 약 1조1433억원을 조달했다. 자회사와는 무관하게 SK이노베이션의 자체적인 투자·채무상환을 위한 결정이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전까지 반등하던 상황이었다. 지난해 회사의 연초 대비 연말 주가 하락폭은 60%가 넘었다. 다만 올해 3월 중기 배당정책을 새로 공시하면서 주가가 5월까지 15만원대에서 19만원대로 상승했다.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유상증자를 발표한 6월 이후 30%, 청약 등이 진행된 9월 이후엔 17% 가까이 주가가 내렸다. 특히나 이때는 SK㈜(17%↑) 등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던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가 반등하던 시기였기에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하락은 더욱 두드러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금액의 대부분(73%)을 미래 사업 투자에 배정하면서 주가 하락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라며 "그러나 주주가치 희석에 따른 주주들의 실망감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현재로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아낌없이 투자한 SK온이 실적 반등에 성공해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그동안 누적 영업손실만 3조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유입으로 4분기 중 흑자전환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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