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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과 생존 [thebell note]

이지혜 기자공개 2024-01-03 12:48: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3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과 반 년전만 해도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인 우버, 그랩을 잡겠다는 패기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에는 적수가 없었다. 수년 간 택시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었지만 경쟁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2021년부터는 흑자도 냈다.

정부도 인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과 7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CEO는 대통령의 베트남과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연달아 참여하며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자적 플랫폼 성공경험을 공유하고 수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당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뒤숭숭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예외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1일 반전이 일어났다. 윤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구조를 놓고 “유인해놓고 가격을 올린 것이기에 부도덕한 행태이며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에 “독과점화한 대형 플랫폼기업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한동안 잠잠했던 공정위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을 들고 왔다. 추진배경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반칙행위’를 꼽았다. 동시에 금융감독원은 경제적 효익이 동일한 계약을 이중으로 계상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에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성공노하우는 ‘반칙행위’, 성공경험은 ‘부도덕한 행위'가 된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고민도 '성장과 상장'에서 '생존을 위한 상생'으로 한 순간에 바뀌었다. 그래서 시장점유율도, 수익성도 포기하기로 했다. 오픈플랫폼으로 전향해 경쟁사의 택시를 수용하고 수수료도 내릴 예정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크다. 청문회에 숱하게 불려나오고 2022년부터 정부부처에서 각종 제재를 받았으며 택시업계의 반발이 빗발쳐도 꿈쩍않던 카카오모빌리티가 이제야 움직인다는 의견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드디어 꿈틀댄다는 조소도 담겨 있다.

물론 이런 시선도 타당하다. 그치만 어딘가 불안하다. 900명에 가까운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이 생존을 걱정한다는 게 썩 달가운 일일 수만은 없다.

유럽 1위 택시앱을 인수해 글로벌로 나아가려던 계획은 사실상 중단됐고 미래기술 투자도 힘들어졌다. 어렵사리 구축한 흑자기조도 장담키 어렵다. 실상 카카오모빌리티는 영업이익률이 2% 정도라서 수익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성장성이 흐려진 기업에게 추가 투자유치나 상장은 그림의 떡이다.

그야말로 진로와 퇴로가 막힌 채 살아남고자 남의 목숨부터 고민하는 꼴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안의 진정성보다 지속가능성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다. 상생의 전제조건은 생존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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