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0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가 한창이다. 주어는 없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적잖은 이해관계를 가진 협력업체와 금융기관의 꼬리를 끊고 싶다. 태영건설의 위기를 가져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작금의 금융시장 경색만 아니었다면 가뿐히 넘길 수 있었을 문제였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오너일가의 눈물로도 끊을 수 없는 고리의 족쇄가 됐다.상대편에 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라고 다르지 않다. 채권단 입장에서 도급 순위 16위의 태영건설이 법정관리까지 이르면 수많은 협력사들이 무너지면서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면엔 태영그룹의 건실한 계열사들도 없지 않아 잘 붙어만 있다면 자금 회수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벼랑 끝까지 내몰린 태영건설의 행보를 보고 있으니 끝까지 손을 잡았다간 채권단의 생사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태영건설의 손가락을 하나씩 들어내 확대될 수 있는 손해 규모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대책일 수도 있다. 우발채무로 평가되는 각종 신용공여의 책임을 오롯이 태영건설에 지울 순 없지만 딱히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주체도 없었다.
여기에 태영건설과 오너일가의 행보도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는 데 한몫했다. 태영건설을 살려달라던 오너일가는 사재를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에 몰아줬다. 태영건설을 도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티와이홀딩스를 통한 계열사 전반의 지배구조를 잃지 않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됐다.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이 아닌 본인들의 채무 상환에 오너일가가 출연한 사재를 활용하면서 비판도 이어졌다. 또 윤석민 회장이 영구채 형태로 416억원을 빌려준 일과 여동생 윤재연 블루원 대표가 SBS 지분을 담보로 330억원을 대여한 일 등을 고려하면 태영건설을 지키기 위한 오너일가의 의지가 없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관건은 태영건설이란 꼬리를 태영그룹이 자르느냐 아니면 채권단이 끊어내느냐에 달렸다. 태영그룹 입장에선 막대한 금융비용과 각종 사고로 인한 책임 등을 고려했을 때 비록 태영건설이 모태사업이지만 끊어내고 핵심 자산인 SBS 등 미디어 계열사만 들고 갈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입장에선 태영건설을 끊어냄으로써 적지 않은 손해가 발생하겠지만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판단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다. 태영건설을 믿고 분양에 뛰어든 일반 입주민이다. 그들에게 오너일가의 사재 지키기와 채권단의 금융이익 회수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안락한 쉼터가 될 수도 있는 집의 상실이 더 큰 문제다.
도마뱀은 위험에 처하면 꼬리를 끊어내고 생명을 지킨다고 한다. 꼬리를 끊어낸 도마뱀은 새로운 꼬리를 재생시킬 수 있다지만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약점이 있다. 몸통이 아닌 뜯어진 꼬리만 얻는 쪽도 간신히 입맛만 보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생각하는 꼬리의 중요도가 다르겠지만 몸통에 붙어있을 때 그 가치가 커질 수 있다.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가 태영그룹 혹은 채권단 모두의 실책이 되지 않는 혜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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