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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너가, 헤지펀드 공세 속 지분 매도 '문제 없을까' 블록딜 통해 물산 주식도 일부 매각, 주총 앞두고 긴장감 고조

이상원 기자공개 2024-01-15 07:35:51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1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세 마련을 위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단행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약 10개월만이다. 이로써 홍라희 전 리움 관장 등 세 모녀는 약 2조7000억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중 절반 이상 납부가 완료될 예정이다.

삼성물산 지분이 일부 포함된 블록딜이란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지난해 말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개편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공세에 나선 가운데 '오너가의 지분 줄이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3월 열릴 주총에서 헤지펀드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개월만에 다시 찾은 블록딜 시장, 상속세 8조 이상 납부 추산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 일가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을 마쳤다. 주당 가격은 종가 7만3600원에 할인율 1.2%를 반영한 7만2717원으로 확정했다. 거래 대상은 홍 전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총 2982만9183주다. 지분율 0.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로써 2조1691억원을 확보했다.

이외에 삼성물산(0.65%), 삼성생명(1.16%), 삼성SDS(1.95%) 등 지분도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거래 규모는 총 5341억원 수준이다. 이날 거래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 일가는 2022년부터 매년 초 블록딜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번 블록딜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0개월만에 이뤄졌다.

2022년 3월에는 홍 전 관장과 이 이사장이 각각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 301만8860주를 매각했다. 홍 전 관장의 경우 당시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도 처분하며 1조372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이 이사장이 남아있던 삼성SDS 지분 전량(151만1584주)을 매각했다.

이들은 삼성 계열사 지분 블록딜 외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3조4158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조달없이 매년 배당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삼성 일가의 조달 규모와 이 회장의 배당금 등을 감안하면 4월 납입분까지 합쳐 8조원 이상을 납부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블록딜이 이전과 다른 점은 삼성물산 지분 일부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삼성 일가는 그동안 삼성물산 지분 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왔다. 그 이유는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삼성물산이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만큼 삼성 일가가 상속세 마련이 시급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부담이 컸다는 게 문제다. 이자율 4.77~5.85%에 3조4158억원을 대출했다. 이자율을 5%로 단순 대입하면 1년간 이자비용은 1708억원이다. 한 달 이자로만 1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셈이다.


◇이 회장·특수관계인 지분 32%로 감소, 공격 빌미 제공할수도

삼성 일가가 삼성물산 주식 일부를 매각하며 지분율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가뜩이나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2015년말 39.9%에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33.63%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0.65%가 빠지면 32%대로 떨어지게 된다. 지분 감소는 외부 세력이 삼성물산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영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한 달 앞서 런던의 또 다른 헤지펀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도 삼성물산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다. 1억달러 가량 어치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이들 행동주의 헤지펀드 설립자 모두 하나 같이 엘리엇 출신이다. 엘리엇은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측과 대립각을 세운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 등이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팰러시캐피탈 설립자 제임스 스미스는 엘리엇의 국내 활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당시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12%였다. 이에 반해 이들 헤지펀드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주주로서 주주서한을 보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특히 주총 6개월전 전체 발행주식수의 0.0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는 상법 제363조의 2에 따라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이들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구체적인 시점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해당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주총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특히 외국계 헤지펀드를 포함해 해외 투자자들의 결집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사모펀드(PE)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말 해외 투자자들이 세를 규합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가장 적극적인 팰리서캐피탈과 별도로 주주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헤지펀드도 있다"며 "이번 블록딜이 삼성물산 경영권 방어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일종의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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