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년부터 도파민 디톡스를 해보려는데 잘 안된다. 연말부터 새해까지, 연예부터 사회·경제면까지 기막힌 소식이 많았던 탓이다.직업적 배경도 있다. 포털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습관적으로 뉴스 탭을 누르고 계속 공시 웹사이트와 뉴스 면을 새로고침하다보니 공적인 채널의 싸움부터 사사로운 다툼까지 두루 쳐다본다. 피곤하다를 연발하면서 '클릭질'을 못 멈춘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음악도 도파민을 생성하게 한다지만 뭐니뭐니 해도 싸움구경만한 재미가 있을까. 지난해 말 관심 있게 들여다본 다툼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다.
장자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형을 이기고 경영권을 따낸 동생 조현범 회장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사모펀드까지 참전했지만 결과는 알려졌다시피 싱거운 조 회장의 승리.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일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분쟁에 따른 주가흐름이 현 시점에서 어느정도 정리됐기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2021년 하반기부터 특별한 동력 없이 하락했다. 그러다 지난해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급등했다. 각자 입장을 밝히거나 지분을 매입할 때마다 주가가 등락했다.
상장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경쟁적인 지분 매집을 예상하게 해 주가를 밀어 올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 한쪽이 더 이상 상대가 되지 못하면 재료는 소멸되고 주가는 하락한다. 다툼이 이어진다 해도 장기화될수록 기업 신뢰도는 떨어지고 경영진은 지분 싸움에 들이는 공력만큼 경영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주가는 경영권 분쟁 전인 11월 말 수준으로 하락했다. 펀더멘털이 이 하락세를 잡아주는 힘인데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별 도움이 못 된 듯 하다. 3개월 간의 주가 그래프는 기업의 몸값이 내재가치가 아니라 오너가의 다툼 때문에 오르고 내렸다는 점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에도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해 보인다.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영권 분쟁만이 주가의 동력이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가치가 확실하지 않은 기업은 주가가 빠질 수록 지지세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올라간 주가가 그 아래로 떨어지는 선례도 심심치 않다.
게다가 싸움에 의존하는 재평가는 너무 멋이 없다. 조 회장은 경영권 다툼과 주가 흐름에 대해 "본의 아니게 유명세를 타서 주가가 리레이팅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의도도 하지 않았다던 재평가는 그만큼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필요한 건 주가를 단단하게 받쳐줄 기업가치 제고다. 그동안 행보가 아쉽다는 건 PBR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0.36에 그쳤다. 조 회장은 "IR 측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며 적극적인 대화를 약속했다. 더 이상 행동을 미룰 수 없는 때다. 언제까지고 치고받기로 주가를 올릴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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