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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NCC]여수 산단 이끈 롯데케미칼, '현재진행' 고부가 사업재편③민영화 호남석유화학, 여수 기반 NCC 진출…비주력 매각 변수 '대외 불확실성'

김동현 기자공개 2024-01-25 16:30:04

[편집자주]

석유화학 산업은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까지 전 산업의 기초소재를 생산하며 '산업의 쌀'로 불렸다. 이중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는 그야말로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산업 고도 성장기에 든든한 기초소재 공급처가 됐던 NCC이지만 반복되는 업황 변동성에 이제는 매각 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벨이 국내 NCC 업계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2024년 행보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은 과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기틀을 잡아갈 때 주요 거점 마련에 핵심 중추 역할을 했던 곳이다. 1972년 울산 석유화학단지 가동부터 예견된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 아래 여수 산업단지 건설이 추진됐고 이 시기 공기업 산하의 여수석유화학과 일본 제일화학공업이 합작해 호남석유화학을 설립했다.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나오는 에틸렌을 주원료로 다운스트림 제품군을 생산하던 호남석유화학은 1990년대 직접 NCC 사업에 진출하며 여수 산단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석유화학 산업 전반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오히려 한발 앞서 글로벌 증설 결정을 내리며 국내 업체 가운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2020년대 들어 석유화학 업계에 퍼진 고부가 사업군 진출 흐름에 따라 롯데케미칼도 사업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장이 글로벌 전역에 위치하다 보니 현지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라오고 있지만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큰 방향성 속에 해외 비주력 자산 매각 가능성을 지속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예정된 민영화, 소비재 한계 넘어 해외로

호남석유화학은 설립 당시부터 민영화가 예정된 기업이었다. 여수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건설사업 특성상 투자 규모가 워낙 방대했기에 민간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웠고 정부는 우선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되 추후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공사가 진행되던 1978년 한국종합화학은 호남에틸렌과 여수석유화학 등 2곳의 회사 매각을 추진했고 석유화학 산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던 롯데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해 최종 입찰에 성공했다. 와세다대학 시절 화학공학을 전공했던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기존 소비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여수NCC 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다만 두 회사를 일괄 매각하는 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대림산업이 호남에틸렌을, 롯데그룹이 여수석유화학을 가져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롯데그룹 아래로 들어온 호남석유화학은 1988년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완전자유화 발표 이후 여수 산단 내 신규 NCC 업체로 선정되며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 분야까지 진출했다.

호남석유화학이 여수공장 건설 초기에 시설 확장을 위해 7만평 규모의 유휴부지를 사전에 확보한 덕분이다. 1992년 가동 당시 35만톤 수준이었던 롯데케미칼의 NCC 생산능력은 현재 233만톤(지난해 상반기 말 에틸렌 기준)까지 확대됐다. 2003년 현대석유화학 대산공장 인수를 비롯해 여수 지역 중심의 생산능력 증설 작업이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대 들어 아시아 10위권 내 석유화학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내를 넘어 글로벌 현지 진출 계획 가능성도 타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해외 사업의 거점이 되는 말레이시아 현지법인(현 LC타이탄) 인수와 미국법인(LC USA) 설립 등이 이 시기 결정됐다.

LC타이탄은 자체적인 NCC 설비를 보유해 이를 원료 삼아 다운스트림 제품군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곳이며 LC USA의 경우 에탄을 투입해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ECC)를 운용 중이다.



◇순항하던 사업재편, 대외변수로 떠오른 해외 사업장

이차전지·수소 등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흐름에 맞춰 롯데케미칼도 신사업 범위를 정하고 투자에 나선 상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동박)를 비롯해 대산·울산 등 기존 사업장에 전지소재 및 수소 발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사업 재편 방식은 국내 경쟁업체들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전면적인 NCC 설비 매각이나 폐쇄가 아닌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만 선별 매각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조단위 투자가 결정된 인도네시아 NCC 증설 프로젝트만 놓고 봐도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전략에서 NCC 사업은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에서 화학섬유를 생산하던 자회사 KP켐텍을 청산했고 중국에서는 EO·EOD(계면활성제 기초소재) 등 기초원료 생산을 담당하던 LC삼강·가흥을 매각했다. 고부가 사업과는 거리가 먼 기초소재 분야로 롯데케미칼은 적자 상태이던 해당 자회사를 비주력 사업군으로 분류해 처분했다.

그러나 사업재편 과정이 마냥 순탄하기만은 하지 않다. 앞선 자회사 처리보다 빨리 추진됐던 파키스탄법인(LCPL) 매각이 현지 불확실성으로 최종적으로 계약 해지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월 파키스탄 화학회사 럭키코어인더스트리와 LCPL 매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합섬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을 생산하는 LCPL의 경우 매년 흑자를 내던 회사이지만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사업전환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이 회사의 매각을 추진했다.

구체적인 매각 대금(1924억원)까지 결정됐지만 현지의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으로 파키스탄 경쟁당국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올해 1월 매각이 최종 불발됐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앞으로 비주력 사업 정리를 위해 따져야 할 요소가 추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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