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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M&A 성과 점검]새 대표 체제 본격화, 옛 인수기업들 주목①‘기조 변화’ 따라 계열사 매각·청산 과거사…김영섭 대표 비주력 사업 정리 예고

김규희 기자공개 2024-01-30 08:00:42

[편집자주]

KT는 대표가 바뀔 때마다 인수합병(M&A) 전략이 수정돼왔다. 새로 취임한 대표는 전임자가 사들였던 기업들에 번번이 메스를 들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회사의 정리도 있었지만 자신의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회사를 쳐낸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8월 부임한 김영섭 대표이사도 최근 들어 비슷한 행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시절 이뤄졌던 M&A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 상황일까. 관련 기업들의 성과와 현 상황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김영섭 체제’를 본격화했다. 앞서 8월 LG CNS에서 온 김 대표는 해당 인사에서 예상됐던 것처럼 강한 재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임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조직을 해체하고 실장급 임원을 대폭 교체해 전임자 색채를 지웠다.

이제 업계는 김 대표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KT는 그동안 대표가 바뀔 때마다 M&A 전략이 수정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 역시 구 전 대표 시절 인수한 계열사들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LG CNS 시절 구조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강도 높은 개혁 칼날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사업인 통신과 시너지가 떨어지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부 정리를 벌일 것이란 전망이다. 과연 어떤 계열사들이 그 대상이 될 지 주목된다.

◇ ‘대표 취임-인사 물갈이-계열사 정리’ 되풀이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장이 바뀌면 인사에서부터 조직까지 변화가 뒤따른다. 새롭게 회사를 이끌게 된 수장은 자신의 진용을 구축하고 전임자와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KT의 경우는 수장이 바뀔 때 재편 규모가 유독 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로 국민연금을 두고 있는 특유의 지배구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정권 입김을 피할 수 없어 대표이사 선임 단계에서부터 외풍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바뀌면 인사, 조직, 나아가 계열사 인수합병(M&A) 전략까지 모두 전폭 수정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KT의 전임자 색채 지우기 사례는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2014년 12월 KT 대표이사에 오른 황창규 전 회장이 ‘통신 본연의 경쟁력 회복’을 내걸고 전임 이석채 회장과의 차별화에 나섰던 전례를 들 수 있다.

황 전 회장은 취임 직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통해 횡령·배임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이 전 회장의 흔적을 도려냈다. 조직을 장악한 황 전 회장은 이 전 회장 시절 KT 그룹으로 편입된 계열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무구조가 흔들리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계열사를 정리한다는 명분이었다.

대표적으로 이 전 회장 배임 혐의의 중심에 있었던 KT OIC(옛 OIC랭귀지비주얼)와 KT이노에듀(옛 사이버MBA)를 매각했다. 이어 과거 280억원에 인수했던 영화제작·배급 업체 싸이더스FNH를 헐값에 매각하고 인터넷 동영상 업체 유스트림코리아를 청산하는 등 비주력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냈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기조에 따라 KT렌탈, KT캐피탈 등 비교적 덩치가 컸던 자회사도 처분했다. 견조한 수익성을 보이던 금융 계열사 BC카드도 이런 흐름에 따라 매각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통신과 모바일결제 등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으로 계속 가져갔다.

구현모 전 대표 때도 마찬가지다. 구 전 대표는 대표에 오른 직후 물갈이 인사를 통해 황 전 회장 그림자를 지웠다. 이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클라우드(Cloud) 등 비통신 역량을 강화하고 ICT 신사업을 통해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나아간다는 비전을 발표하고 비효율 계열사 정리에 들어갔다.

내부 출신이어서 KT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구 전 대표는 전임자와 같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진 않았다. 다만 ‘탈통신’ 기조에 따라 움직였다는 특징이 있다. 통신 계열사 KT파워텔을 매각한 게 대표 사례다. 황 전 회장이 비통신 계열사 매각에 주력했던 것과 다르게 통신 계열사를 정리하며 전임자와 선을 그었다.


◇ 구현모의 ‘디지코’ 공격 확장, '이별' 선언한 김영섭

지난해 8월 첫 발을 내디딘 김영섭 대표(사진)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김영섭 체제’ 이식을 본격 시작했다.

구 전 대표가 밀었던 조직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해체하고 실장급 이상 임원을 대폭 교체했다.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의 편제를 CEO 직속으로 바꿔 대표 권한을 강화했다.

최근 업계의 관심사는 이후 행보가 '어디를 향할지'다. 조직을 장악한 김 대표가 전임자들과 같이 M&A를 통해 계열사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주목받는 포인트다.

김 대표는 새 경영키워드로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제시했다. 구 전 대표의 ‘디지코’와 같이 비통신 ICT 강화 전략은 이어가지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까지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구 전 대표 시절 인수한 기업 중 다수를 매물로 내놓을 것이란 안팎의 관측도 많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M&A와 투자 등을 총괄하는 전략투자실을 재편하고 계열사에 대한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구 전 대표 시절 KT는 ICT사업 확장을 이유로 공격적으로 M&A 시장에 나섰다. 2021년 미디어 솔루션 기업 알티미디어를 113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현대HCN(4911억원)과 현대미디어(290억원)을 품에 안았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업체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464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 글로벌 데이터 산업을 정조준해 해외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1700억원을 들여 말레이시아 데이터 업체 앱실론을 인수했다.

이외에도 재무적투자자(FI) 지위로 현대로보틱스 지분 10%(500억원), 원스토어 지분 3.1%(210억원), 메가존클라우드 지분 6.8%(1300억원), 팀플레시 지분 11.4%(553억원) 등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들인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후임으로 부임한 김 대표는 CFO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2015년 LG CNS 대표 시절 실적이 나지 않는 사업을 대거 정리해 재정 건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앞장섰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도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KTRN과 같이 경영부진이 이어지거나 앱실론, KT텔레캅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떨어지는 계열사에 대한 매각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대표 교체 시기 때마다 M&A 전략이 수정되어 왔다”며 “김영섭 대표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차후 전략실을 중심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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