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개발 꿈을 위해 레고켐바이오를 만든 만큼 오리온을 선택하는 것이, 이 길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제안이 왔어도 나는 아마 거절했을 것이다."지난달 19일 급작스럽게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레고켐바이 창업주인 김용주 대표이사의 발언은 확고했다. 최대주주 변동 이후에도 현 이사진 중심의 경영체제 유지와 오리온의 갑작스런 엑시트에 따른 리스크 방지 대책 등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김 대표가 해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이유는 시장의 비판 때문이다. 시장에선 바이오에 전혀 경험 없는 오리온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주가도 곤두박질했다. 지분 매각 발표 전인 15일 5만4800원이던 레고켐 주가는 19일 4만9000원까지 하락했다.
김 대표의 지분매각 결정은 1세대 바이오텍의 마지막 승부수다. 전통 제약사들이 주름잡던 제약업계에 2000년대부터 1세대 바이오텍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기적 안정적 투자자금 유치와 기술력 부족으로 대다수가 쓰러졌다. 부침 속에서도 기술력을 믿고 고군분투한 1세대 소수만 살아남았다. 몇 안되는 1세대 바이오텍 중 하나가 레고켐이다.
2006년 김 대표가 설립한 레고켐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운도 따랐다.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는 ADC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레고켐의 가치도 커졌다.
시장 규모 확대는 오히려 화이자와 에브비 등 빅파마들과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빅파마들이 대규모의 자본으로 ADC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레고켐 역시 대규모 투자유치가 불가피했다.
시장의 투심은 냉랭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의료·바이오분야에 이뤄진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6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 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2021년(1조2032억원) 연간 실적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문제는 또 있다. 1세대 바이오텍 오너의 나이다. 대부분이 이미 60대를 넘겼다. 1956년생인 김 대표 역시 69세다. 앞으로 왕성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1세대 바이오텍 오너 입장에선 기존 바이오텍의 경영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 나아가 2세대 경영자를 양성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종산업인 오리온의 투자가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1세대 바이오텍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에는 응원을 보낸다. 몇 남지 않은 1세대 바이오텍 창업자의 이번 결정이 2세대 3세대 바이오텍이 걸어가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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