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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반도체 계측 신사업 첫발 뗀 HB솔루션, 높아진 변동성CFO 등 주요 임원 매도세 '눈길'

서하나 기자공개 2024-02-07 07:57:0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3:3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HB솔루션 주가가 최근 1년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2월 6일 3171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슬금슬금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 1월 23일엔 8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최대 2배 이상 뛰자 시총도 약 2318억원에서 약 5849억원까지 3000억원 이상 불어났습니다. 코스닥 시총 기준 100위권을 넘볼 정도의 기세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다시 힘을 잃은 모습입니다. 지난주까지 승승장구했던 주가는 이달 들어 급락했습니다. 직전 거래일(2일) 주가는 4520원으로 거래를 마쳐 최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내렸습니다. 5일 오전 중 주가는 4390원에 거래 중이고 이에 따른 시총 규모는 약 3239억원입니다.

주가 변화를 이끈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었습니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23일 하루에만 무려 207만주 이상을 사들여 보유 주식 수를 309만주까지 늘렸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약 1.47%였던 보유율도 약 4.46%로 3%포인트(P)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일 연속 매도세로 돌아서 직전 거래일(2일) 기준 보유율은 1.13%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Industry & Event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이토록 열광한 이유는 뭘까요. 매수가 집중된 1월 23일엔 크게 두 가지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HB솔루션의 본업인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대규모 수주였고, 다른 하나는 언론에 보도된 HB솔루션의 2차전지, 반도체 등 신사업에 대해 조명하는 뉴스였습니다.

HB솔루션은 1월 18일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SDV)과 약 210억원 규모의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체 매출액 대비 약 11.2%에 해당하며 계약 기간은 1월 17일부터 10월까지 입니다.

두 가지 호재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일제히 주식을 사들였으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신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주식을 던진 배경이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신사업에 대한 불안감도 큰 것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HB솔루션의 반도체 신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작은 뉴스 하나에도 투심이 크게 좌우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HB솔루션은 2001년 9월 설립된 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장비 제조사입니다.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측정·검사를 위한 도포기 자동화 설비입니다. 도포기 자동화 설비는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 패널이나 패널 측면을 보호하기 위한 물질을 일정하게 도포하고 경화시켜 검사하는 설비를 말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관련 매출은 전체의 약 70%에 이를 만큼 높았습니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잉크젯 장비 등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은 2020년 6월 이뤄졌습니다. HB솔루션은 2021년 디스플레이 전공정 검사 장비 기업 케이맥을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그 결과 2020년 211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2022년 약 1876억원으로 무려 9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카티바사와 협력해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한 일도 화제가 됐습니다.


◇Market View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선 미세화 공정의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반도체 크기를 줄일수록 하나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세화 공정은 나노미터(nm) 단위로 반도체 칩 회로 선폭을 줄여왔는데 거의 기술적인 한계에 다다랐을 만큼 기술 발전이 이뤄진 상황입니다.

HB솔루션은 바로 이 반도체 계측(MI·Measurement & Inspection)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측 기술은 최근 기술이 고도화되고 장비 대수가 늘면서 반도체 수율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 단계로 꼽힙니다. 반도체 소자 설계가 더 작은 노드에 접근하는 등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제조 수율을 높이기 위한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공정 단계별 최적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신속하고 정확한 계측 기술이 필요합니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글로벌 제조사와 비교해 계측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들은 국내 반도체 계측 설비사 등과 공고한 협력 관계를 만들거나 인공지능(AI) 적용, 하이브리드본딩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계측 기술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2024의 하나의 커다란 화두ㅇ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율이 곧 반도체 제조 경쟁력인 시대"라며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계속해서 반도체 계측 공정의 비중을 높이려는 추세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HB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권진성 상무입니다. 1973년생 권 상무는 코스닥 상장사 엘이티 출신으로 HB솔루션에 재직한 지 딱 5년 만인 이달 1일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권 상무 담당 업무는 경영기획 부문장으로 김근태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과 함께 HB솔루션 살림을 도맡고 있습니다. HB솔루션에 합류하기 전 이네트를 거쳐 HB테크놀러지에서 이사 등을 지냈습니다.

HB솔루션이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권 상무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HB솔루션은 코스닥 상장 첫 해인 2020년 매출 약 211억원을 냈는데 2022년엔 2000억원을 넘볼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기간 약 23억원이었던 영업손실도 약 43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돌아섰습니다.

권 상무는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과실을 누린 내부 관계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처분 주식의 가치는 약 4억2118억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초 총 12만5440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23일 주가가 급등하자 세 차례에 걸쳐 6만5440주를 매도했습니다. 1월 23일(2만주), 24일(3만주), 25일(1만5440주) 처분 단가는 각각 6100원, 6250원, 7233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애초 0.19%였던 지분율은 0.09%(6만주)로 내렸습니다.

김종훈 제품개발부문 부문장 전무, 전운삼 영업부문장 전무, 최성욱 전략영업실장 상무 등도 일제히 보유 중이던 주식 처분에 나섰습니다. 김 전무는 보유 중이던 주식 3만808주 전량을 지난 1월 22일 1주당 5796원에 매각했고 전 전무는 25일 10만9628주 가운데 10만8000주를 1주당 7271원에 팔았습니다. 최 상무 역시 보유 중인 4만9240주 중 대부분에 해당하는 4만8908주를 25일 1주당 7683원에 매도했습니다.


더벨에서 권 상무와 직접 접촉을 시도했지만 권 상무가 외부 노출을 꺼리는 성향 탓에 연결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대신 IR 담당자를 통해 최근 주가 변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HB솔루션 관계자는 "주가 급등이나 급락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시장에서 기대감 만큼이나 불안한 심리가 공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특히 반도체 신사업의 경우 테스트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언제쯤 계약을 체결할 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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