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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비즈니스 2.0]제2의 박서보·이우환 발굴하는 젊은 아트딜러①갤러리 경영 2세 주도, 신진작가 발굴 및 신사업 방향 모색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19 08: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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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업계가 2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 갤러리스트들이 이뤄온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탈피,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컬렉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3040의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디지털,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정보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2세 갤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한국 미술 유통업계 비즈니스의 새 모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랑은 한국 미술시장의 유통을 책임지는 핵심 축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술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6695억원이며 그 중 화랑을 통한 거래금액이 4198억원으로 6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옥션, 아트페어를 통한 거래와 시장 기반 영역으로 불리는 미술관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갤러리로 통칭되는 국내 화랑업계는 현재 2세들로 경영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창업 대표들이 여전히 대표 직함을 달고는 있으나 상당 권한을 자녀에게 건네준 분위기다. 갤러리 오너 2세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태동기에 문을 연 부모세대의 상업 화랑 사업을 보고 자란 이들이다. 이들은 현대적인 갤러리 사업의 수익 방향을 모색 중이다.

국내 1~3위 대형 갤러리들은 이미 2세 경영이 자리를 잡았다. 국제갤러리는 이현숙 회장의 외아들 김창한 사장이 이현숙 회장과 공동대표로 자리하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현대화랑 창업자 박명자 회장의 차남인 도형태 대표가, 가나아트갤러리는 가나화랑 이호재 회장 장남인 이정용 대표가 경영 최전선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좌), 이정용 가나아트갤러리 대표(우)

더 재미있는 건 중견 중소화랑들이다. 그동안 1세 창업 대표들의 후광에 가려져있던 2세들이 점차 업계의 주목을 받아가며 새로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업 화랑의 2.0 버전을 만들어가는 30대~40대 초중반의 젊은 2세 갤러리스트들이 이제 전면에 나설 때가 됐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현대, 가나 뒤를 잇는 부산의 조현화랑도 2세로 주도권이 넘어간 곳이다. 조현화랑은 최재우 대표가 모친인 조현 전 대표의 뒤를 잇고 있다. 최재우 대표의 부인인 주민영 조현화랑 이사도 박여숙 화랑에 몸담았던 이로 이들 부부는 화랑가의 유명한 부부 갤러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굵직한 중견화랑들도 젊은 갤러리스들이 종횡무진하며 갤러리에 또다른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의 차남 우정우 실장이나 갤러리신라의 이준엽 디렉터, 박영덕화랑의 박종혁 대표, 아트사이드갤러리 이혜미 대표, 유엠갤러리 백동재 대표도 2세로 반열에 오른 이들이다.

대구를 베이스로 문을 연 리안갤러리는 2세 이홍원 이사가 최근 리안갤러리 서울 사업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 초대 상업화랑 중 하나인 조선화랑은 2세 권미성 대표가 갤러리조선으로 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장남 여준수 실장이 3대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여숙 화랑 2세 최수연 대표는 독일계 쾨닉갤러리 디렉터로 일하다 직접 P21 갤러리를 창업했다. 갤러리우 우현 대표도 2세 갤러리스트 중 한명이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의 자녀도 홍콩 갤러리 에스에이플러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를 이어 갤러리 사업을 이어가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부모 세대가 모아놓은 갤러리의 미술품 컬렉션이 대부분 가치가 높아져 있기 때문에 자녀 세대에서 이를 매각하고 저평가된 작품들로 분산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자식에게 갤러리를 물려주게 되면 미술품 증여의 복잡한 이슈가 얽혀있어 세금을 이중으로 물어야 한다"며 "고가 미술품을 물려받기가 쉽지 않아 통상 전부 처분하고 2세가 새로 컬렉션을 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너 2세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신진 작가 탐색에 분주하다. 실험적인 형태의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고 중견 화랑의 경우 대형 갤러리의 아성을 넘어서기 위한 진지한 고민들을 이어가고 있다. 미술시장은 이들의 도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미술시장 전문가는 "한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박서보 작가를 키운 것은 현재의 주요 갤러리 1세대들이었다"며 "주요 갤러리들과 박서보의 현재 관계처럼 지금의 2세 갤러리스트들이 키우는 신진작가들이 수십년 후 제2의 박서보, 제2의 이우환, 혹은 제2의 백남준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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