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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비즈니스 2.0]'작품성 vs 시장성' 황금비율 찾는 학고재의 혜안②우찬규 학고재 회장 2세 우정우 실장 "컬렉션의 다양성 제시, 갤러리스트의 중요한 역할"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20 07:38:33

[편집자주]

화랑업계가 2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 갤러리스트들이 이뤄온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탈피,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컬렉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3040의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디지털,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정보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2세 갤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한국 미술 유통업계 비즈니스의 새 모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가 수보다 갤러리 수가 많던 부모 세대의 갤러리 업계에선 작가에 대한 공유가 어려웠다. 이제는 작가 한명을 놓고 경쟁하기보단 더 좋은 작가를 찾는데 노력과 비용 시간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작가를 다른 갤러리에 뺏긴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키워간다는 공유의 개념으로 미술시장의 환경을 조성해야 롱런할 수 있다."

우정우 학고재 실장(36)은 업계에서 다른 갤러리스트들이나 큐레이터, 작가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강자다. 네트워킹을 통해 작가와 갤러리, 업계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그의 노력은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제, 문화적 가치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그의 스타일은 학고재의 창립정신 '학고창신(옛것을 배워 새것을 만든다)'을 닮아있다.

우 실장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작가, 큐레이터, 갤러리 모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함께 네트워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당장은 결이 맞지 않더라도 좋은 작가를 발견하면 그와 어울릴 갤러리에 추천하기도 한다"며 "그 작가는 전시 기회가 생기고 향후 우리와도 함께 작업할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큐레이터 모임 등 업계의 다양한 공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 실장은 "과거에는 작가가 한 갤러리와 몇십년간 관계를 유지했으나 요즘은 몇년 단위로 이동한다"며 "작가의 수가 갤러리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진 현대에는 작가를 여러 갤러리가 함께 키운다고 생각하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우 실장은 우찬규 학고재 회장의 2남 1녀 중 막내아들이다.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전공했으며 현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2012년 대학 졸업후 본격적으로 기획 전시로 데뷔, 학고재에 참여하며 13년째 신진작가 발굴, 기획에 열중하고 있다. 2020년 학고재 청담점 오픈을 주도하며 청담 분관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우 실장은 대학교 진학을 결정할때부터 부친의 학고재 사업을 염두에 뒀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우 실장은 "형, 누나가 미술 전공을 했으나 유학 중이었고 부모님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작가 선생님들을 뵙고 전시 행사에 동행하면서 갤러리스트의 일이 멋지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우정우 학고재 실장

◇ 수익성, 작품성 절충한 아트 컬렉션 포트폴리오 다양성 강조

학고재는 문화, 경제적 가치의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 실장은 "갤러리가 유지되려면 단순히 학계의 인정을 받는 좋은 작업만이 아닌, 팔리는 작업을 다뤄야 하는데 둘은 별개"라며 "그 비율을 조절하는 것도 갤러리 역할이다"고 말했다.

갤러리의 수익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판매하면서 나온다. 통상 최근 갤러리들은 작가와 작품 판매 수익을 절반씩 나누고 있다. 자체 소장품이 있는 갤러리들은 과거 매입했던 소장품의 판매액 전부가 수익으로 잡히기도 한다.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권하는 그의 스타일에서도 수익성과 작품성을 절충해 나가려는 경향이 묻어난다. 컬렉션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다양하게 만들도록 돕는 것도 갤러리스트의 역할인 셈이다. 우 실장은 "통상 수익성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작품을 권하는 것이 기본이나 컬렉션의 전체 포트폴리오 중 자부심을 가질만한 작품도 일정 비율 포함하도록 조언한다"고 말했다.

우 실장은 "서도호, 이불 등의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임에도 그의 작업 장르는 회화작품이 아니기에 작품가격의 상승률에서 회화장르만큼 가파르지 않다."며 "다만 한국 컬렉터라면 그 작품이 있다는 것은 컬렉터로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수집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갤러리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갤러리가 살아남아야 한다"란 표현을 곧잘 사용했다. 갤러리가 살아남는다는 말은 갤러리와 함께한 작가들이 장기간 인정을 받고 활동을 지속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갤러리 역시 안목을 입증받고 명성을 유지하게 된다.

우 실장은 "작가가 수십년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은 두 종류로 보는데 학계나 미술관, 박물관등에서 미술사 장르에 포함돼 인정받거나 시장에서 미적 가치, 장식적 요소가 있는 작업으로 인식되는 것"이라며 "학고재 소속 이력이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이 둘 다로 자리매김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배 작가의 개인전을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전에 일찍 선보인 갤러리도 학고재다. 강익중 작가, 서용선, 이명호 사진작가 등도 학고재와 일했던 작가들이다.

갤러리 경영에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도 '살아남는 것'과 연결된다. 그는 "전시를 기획할 때 지금 어떤 평가를 받는지보다 10년 20년 후의 평가가 중요하다"면서 "수차례 완성도 높은 전시 이력을 쌓아갈때 갤러리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갤러리는 역사만 오래된 갤러리로 도태된다"고 말했다.
장재민(b. 1984) 개인전 《라인 앤 스모크》가 진행 중인 학고재 전시 전경. <학고재 제공>

◇ 36년간 대를 이은 화랑업의 지향점 '학고창신'

학고재는 국내 화랑업계에서 현재 차지하는 입지나 명성, 사업 규모 기준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다. 1988년 서울 인사동에 설립됐으며 2007년~2008년 경 이명호, 이세현 등의 작가 전시를 기획하며 갤러리의 호황기를 주도했다.

학고재는 설립 초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이태호 전 명지대 교수 등의 도움을 받아 고미술 화랑으로 시작했다. 1998년을 기점으로 강요배 작가 등과 인연을 맺으며 현대미술 비중을 키우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현대미술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전체 전시의 80%는 회화 장르다.

갤러리업계에서 학고재의 스타일은 창업 대표인 우찬규 회장이 강조해온 '학고창신'으로 대표된다. 옛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속 작가는 30명 정도이며 대부분 치밀하게 자기만의 방식을 개발하는 작업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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