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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SSA 마켓 진출]산은 후속타자 나올까…수출입은행·기획재정부 '고심'③차기 SSA 주자 유력 거론…방향성 측면 '공감대' 형성

이정완 기자공개 2024-02-19 07:30:31

[편집자주]

한국물 이슈어들은 수십년간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에서 발행을 이어왔다. 정부와 국책은행 등 우량한 등급의 이슈어들도 SSA(Sovereign, Supranational&Agency: 정부, 국제기구, 초우량기관) 마켓 진입은 쉽지 않았다. 드높은 장벽에도 불구 KDB산업은행이 선진국형 조달에 성공했다. 더벨이 한국물 성장 스토리와 SSA 진출 의의에 관해 조명해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첫 'SSA(Sovereign, Supranational and Agency)' 스타일 발행에 다른 우량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사도 동향을 살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산업은행 외에 한국수출입은행과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 다음 SSA 이슈어(Issuer) 후보로 꼽힌다.

방향성 측면에서는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발행 방식을 놓고선 아직 고민하는 분위기다. 꾸준히 대규모 발행을 지속해야만 투자자 신뢰를 얻을 수 있어 여건상 시기상조란 이야기도 나온다.

◇대규모 한국물 발행 지속 '선결조건'

산업은행은 오는 15일 발행하는 3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를 SSA 스타일로 수요를 모았다. 정부, 중앙은행, 국제기구 같은 글로벌 SSA 투자자도 산업은행의 첫 등장을 반겼다.

선진국형 조달 방식인 만큼 다른 주요 한국물 발행사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곳이 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90억 달러가 넘는 공모 한국물을 발행해 전체 한국물 이슈어 중 발행 규모 1위를 차지했다.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처럼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AA급 신용도를 가지고 있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신뢰가 높다. 대한민국 정부가 약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다.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도 주요 후보다. 기획재정부가 발행을 주관하는 외평채도 우량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SSA 투자자의 매력을 끌만하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700억원(약 5억달러) 규모 엔화 외평채를 발행한 바 있다.

조달 내역을 살펴보았을 때 수출입은행 정도만 다음 SSA 발행을 노려볼 수 있다. SSA 발행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금액을 얼마나 자주 조달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SSA 스타일로 발행한 산업은행도 통상 한국물 시장에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한차례씩 대규모 조달을 실시해왔다. 수출입은행도 이와 비슷하다. 산업은행 발행 이후 수출입은행도 SSA 발행 전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선진 시장에서 SSA 발행을 이어가는 기관은 30억 달러 가량을 만기도 쪼개지 않고 매달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이 조건에 부합할 수 있는 곳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정도"라고 말했다.

조달 빈도가 중요한 이유는 SSA 발행이 유통금리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EM(Emerging Market)형 발행에선 최초제시금리(IPG)를 제안한 뒤 북빌딩 과정에서 금리를 낮추지만 SSA 스타일은 처음부터 유통금리에 일정 금리를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만약 2022년처럼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나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해 발행사의 시장 등판이 어려워지면 유통금리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발행사의 금리 조건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있을 때 SSA를 택할 수 있다"며 "드문드문 발행하거나 SSA 스타일과 EM 스타일을 병행하는 식으로는 투자자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현실적 여건상 '시기상조'

지난해 한국물 발행 실적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월과 10월 20억달러씩 두 차례 대규모 조달에 나섰다. 수출입은행도 1월 35억달러, 6월 약 20억달러, 9월 약 20억달러로 세 차례 대규모 발행을 택했다. 다만 기재부의 경우 작년 27억달러 외화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을 세워뒀으나 5억달러 엔화 발행에 그쳤다.

한편 이번 발행을 계기로 민간기업 중에서도 꾸준히 한국물을 발행하는 기업은 SSA 스타일을 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 같은 발행사가 거론됐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작년 90억달러 공모 한국물을 발행해 발행 규모로는 산업은행을 뛰어넘는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SSA 발행 물꼬를 튼 만큼 한국물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다른 발행사도 향후 SSA 스타일을 고민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신용등급은 BBB급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과 비교하면 못 미친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민간기업 투자자 구성을 살펴보면 IPG에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자산운용사 비중이 높았는데 SSA 발행 시 타깃으로 하는 정부, 국제기구, 중앙은행 투자자가 호응할지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면 발행 규모를 소폭 축소하고 사모 시장 등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만 민간기업은 SSA 발행이 어려워지면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며 "아직은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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