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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R&D부터 사업 방향까지 대척점 선 형제·모녀제멜리병원·옥스포드대 협업·백신컨소시엄 등 입장차 뚜렷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19 08:32:34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6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치닫고 있는 한미그룹 오너가 분쟁은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양측이 각각 내놓은 입장문을 보면 형제와 모녀 간 사업 방향성 및 연구개발(R&D) 지향점이 대척점에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사업 자체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운 만큼 갈등이 쉽게 봉합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그룹은 16일 입장 반박문을 통해 밀실 경영으로 그룹 주요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는 임종윤·종훈 형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 개인 회사 코리그룹 등에서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 중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서 "사실과 달리 전달되는 의견과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팩트를 알리겠다"고 했다.

앞서 13일 임종윤 사장은 주주제안을 행사해 경영권 교체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임종윤 사장은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밀실 경영 탓에 한미약품이 상당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밀실 경영 탓 경영 피해 vs 명분 없는 일방적 추진

양측의 입장차가 확연하게 갈리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과 교황청 산하 가톨릭의대 제멜리병원이 공동으로 추진한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 사업이 지연·방치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은 "지난 10여 년간 해당 비즈니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바가 없다"며 "관련 사업이 실제 추진되고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와 팬데믹 사이언스의 미래 및 의료 개혁 등을 준비하는 협약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는 게 임종윤 사장 측 주장이다. 반면 한미그룹 측은 "팬데믹 사이언스의 미래나 의료개혁 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제약기업으로서 다룰 수 있는 주제"라면서도 "해당 이슈를 한국의 국회, 학계나 시민단체가 아닌 옥스퍼드대와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임종윤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백신 국산화를 위해 제안한 백신 컨소시엄에 대해 당시 경영진과 한미약품에서 인적, 물적 지원을 끊고, 조직적으로 왜곡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했다.

백신 컨소시엄과 관련해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다는 설명이다.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다른 한미 경영진과 협의나 논의 없이 결성한 것"이라며 "당시 제약바이오협회와 정부가 추진한 또 다른 백신 컨소시엄과 중복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상당한 혼란이 이어진 바 있다"고 했다.

이어 한미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주관해 결성한 백신 컨소시엄에 속한 바이오 기업은 신기술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한미그룹이 자금을 투입하면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상황이었다"면서 "한미는 "검증된 원천기술 없이 가능성만을 제시하는 여러 기업들에 한미그룹이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할 만한 충분한 여력도, 근거도, 명분도 찾을 수 없었던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감정 문제 넘어 '사업 방향성'도 달랐다…갈등 심화 불가피

이제껏 제약업계에선 한미그룹 오너가 분쟁을 단순한 감정 문제 또는 경영권을 쥐기 위한 이해관계 충돌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임성기 회장이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경영 승계 향방이 오리무중인 상황에 빠졌고 자연스레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최근 양측이 각각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형제와 모녀 간 사업 방향성이나 R&D 지향점이 달랐다는 점이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출발점인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등에서부터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업 자체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명확하게 갈린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장이 북경한미약품, 코리그룹,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등을 필두로 중국 진출에 집중해 온 것과 달리 임주현 사장은 자체 개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베돈'(제품명 롤론티스) 등의 미국 진출에 무게를 뒀다.

이미 임종윤·종훈 형제가 표대결을 예고한 데다 사업에 대한 견해차가 벌어져 있는 만큼 갈등이 쉽게 봉합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임종윤 사장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데 따라 초반까지만 해도 탑협점을 찾으려 애썼던 OCI그룹 역시 강경대응으로 맞서는 분위기다. 양측의 극적인 화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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