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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토큰증권 시장]여전히 높은 제도권 문턱...법제화 추진은 '공회전'①가이드라인 발표 후 1년, 후속 조치 지연…정무위 검토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 주문

안준호 기자공개 2024-03-13 13:55:09

[편집자주]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1년이 흘렀다. 토큰증권의 정의는 물론 시장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가 담겨 기대가 컸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더벨은 가이드라인 발표 1년이 지난 현재 토큰증권 시장 모습과 예비 발행사들의 근황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2월 발표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는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게 배어 있었다. 토큰증권 시장을 제도권으로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조각투자 발행사는 물론 증권사까지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성과는 기대만 못하다. 발행은 재개됐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 제도권 편입 문턱도 예상보다 높아 향후 성장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진입을 기대하던 사업자들 역시 자금 사정에 봉착하며 옥석가리기에 돌입한 상태다.

◇조각투자 사업과 등장한 토큰 증권, 지난해 제도화 시동

토큰증권, 또는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은 암호화폐 시장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개념이다.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암호화폐 발행(ICO)이 거론된다. 기존 ICO의 경우 실물자산과 연동되지 않고, 규제 리스크도 컸다. 국내에선 2017년부터 ICO 자체를 금지하기도 했다.

토큰화(Tokenization)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증권’이나 기타 현물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 형태로 기록하는 과정이다. ICO보다 안정성은 높이고 규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실제 해외 규제당국에서도 기존 규제 체계 하에 토큰 증권을 포섭했다. 관련 법제가 구비된 프랑스, 기존 증권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미국,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 자산을 토큰화할 경우 어떤 경쟁력이 있을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크게 서너 가지를 꼽는다. 기존 방식보다 거래와 결제, 청산 과정의 비용이 절감된다. 24시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며 이론상 금융기관 중개도 불필요하다. 여러 주체가 기록을 검증하는 분산원장 기술 덕분이다. 작은 단위로 유동화가 가능해 다양한 자산을 증권화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 한국의 경우 해외와 조금 다른 길을 거쳐 토큰증권이 도입됐다. 2017년부터 코인 발행(ICO)가 금지된 만큼 조각투자 산업이 주된 도입 경로였다. 조각투자는 비정형적 자산을 공동 구매 형식을 통해 분할 거래하는 방식이다. 거래 편의성과 투명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분산원장 기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개념적으로 유사하고 실무적으로도 가까운 만큼 함께 규제 대상이 됐다.


◇실물·전자증권 이어 등장…자체 발행과 유통시장 근거 마련

국내 금융당국도 이에 따라 조각투자 산업 규제와 함께 토큰 증권 개념을 도입했다. 시작은 지난해 등장한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었다. 조각투자 회사들의 상품을 비정형적 신종증권(비금전 신탁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하고, 여기에 분산원장이 적용될 경우 토큰 증권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토큰증권'은 기존 용어인 ‘증권형 토큰’보다 증권으로서의 속성을 더 강조한 명칭이다. 금융의 정의에 따르면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 형태로 발행된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다. 토큰 증권을 실물증권·전자증권에 이은 새로운 유형의 증권으로 정의하고, 기존 법제에 따라 발행과 유통을 규제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당시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토큰증권의 법률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규제 방향성도 함께 제시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조각투자 업체들에게 일단 기존의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을 재개하도록 하고, 향후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되면 토큰 증권 형태를 택하라는 선택지를 준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조각투자 제도화와 토큰 증권의 법제화가 ‘투트랙’ 형태로 함께 이뤄졌다”며 "이들 기업이 향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에선 두 개념이 사실상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발표와 함께 금융당국은 향후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본격적인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를 통해 토큰증권의 발행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후자에서는 토큰화 가능성이 높은 비정형적 증권(투자계약증권, 비금전 신탁계약수익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발행과 유통 분리’라는 큰 틀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 없이도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인가를 획득하면 분산원장 방식 원장을 통해 독자적으로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하게 했다. 이 경우 예탁결제원은 발행 권의 '총량 관리' 역할만 맡게 된다. 또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된 비정형 증권은 정규 시장인 한국거래소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후속조치 지연 '옥의 티'…옥석 가리기 돌입한 예비 발행사들

가이드라인 발표 전후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금융당국이 전향적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며 오랜 기간 의견 수렴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가상자산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에 빠른 제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현재까진 예상보다 속도는 느리다.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큰 진척은 없다. 지난해 11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안 검토가 이뤄졌으나 끝내 문턱을 넘진 못했다.

큰 변화인 만큼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지난해 법안을 검토한 정무위 고상근 수석전문위원은 “토큰 증권은 비정형적 자산·권리를 증권으로 발행한 것이므로, 향후 어떤 유형의 권리가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지 기준이 모호해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합리적 가치평가가 전제되지 않으면 정보 비대칭으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은 열리지 않은 가운데 규제가 추가되며 시장 참여자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다수 조각투자 기업들이 업력이 길지 않은 스타트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업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당국 규제와 심사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실제 가이드라인 발표 전후 기존 업체들도 격변을 맞이했다.

지난달 부동산 조각투자 기업 펀블은 대주주를 맞이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SGA솔루션즈가 지분 26.8%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기존 조찬식 대표는 경영을 계속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사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대신증권에 인수됐다. 여타 조각투자사 기업들 역시 타 회사에 인수되거나 장기간의 투자유치 라운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각투자 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조각투자 사업체들이 규제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소모했는데, 법제화 시기가 늦어질수록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총선 이후 새로 입법이 추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부 회사들은 운영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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