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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모니터]자비스앤빌런즈, '무리한' 청사진이었나제4인터넷은행 진출 계획안, '무리수' 평가…거래소와 기업가치 산정 이견

손현지 기자공개 2024-02-26 07:05:07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14: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금환급 플랫폼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의 거래소 상장 미승인 판단 배경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거래소는 '공모자금 활용처의 불확실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모델 차별성 약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작년 8월 상장예심 청구 후 내놓은 제4인터넷은행 청사진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인터넷은행의 신용평가모델과의 차별성도 미미할 뿐 더러 투자자 확보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미래추정이익을 기반으로 한 밸류 산정 과정에서 거래소와 이견이 있었을 수 있단 관측이다. 작년 초부터 준비했던 영국 진출 무산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CFO도 새로 영입했는데…섣부른 인터넷은행 계획 독 됐나

자비스앤빌런즈는 2015년 설립된 세무·경리 서비스 플랫폼 회사다. 첫 개발 서비스는 '자비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영위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건 2020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출시하면서다.

삼쩜삼 플랫폼은 간단하게 말하면 '세금 환급' 서비스다. 홈택스 회원 간편인증만 하면 종합소득세 예상 환급액을 몇 분 만에 알려주고 환급 절차를 도와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무계의 '시리', '빅스비'라는 별명도 보유하며 출시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가입자를 확대해왔다.

사업확장 가능성도 열려있었다. 영수증 처리 서비스, 금융정보 관리, 자동 회계처리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취합해온 방대한 데이터도 장점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2021년엔 CFO도 새로 영입했다. IPO를 준비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회계감사 등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 기업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기 위한 복안이었다. CJ와 하이브 IPO를 경험한 최진환 CFO를 선임했다. 2년간의 준비끝에 지난해 8월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삼쩜삼 플랫폼이 국세청이나 다른 세무사와 서비스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적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CEO)
주목할 건 미승인 사유로 '공모자금 활용처' 불확실 등도 지목됐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최근 자비스앤빌런즈가 내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로드맵이 좌초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해 말 제4인터넷은행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진 일정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었다. 투자자 확보 여부조차 불확실한 데다가 컨소시엄 구성도 확정되지 않았다. IT업계에선 자비스앤빌런즈가 준비 중인 신용평가모델 등이 기존 인터넷은행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 심사가 이뤄지면서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사측과의 이견이 있을 수 밖에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향후 공모자금 활용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은행 추진안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상장을 승인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영국법인도 돌연 폐쇄 조치, 수익 성장성 담보 어려워

IT업계 관계자들은 작년 말께부터 자비스앤빌런즈의 사업이 악화되는 조짐이 보였다고 전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영국법인 돌연 폐쇄 사태다. 작년 상반기부터 영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는데 3개월 만에 철수한 것이다. 야심차게 꾸렸던 글로벌 사업 부문팀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영국 시장 진출 청사진은 자비스앤빌런즈의 성장 잠재력을 증명할 수 있는 주요 근거 중 하나였다. 영국 시장은 현지의 복잡한 세무 업무와 세무 대리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들이 많아 세금환급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관련 시장은 약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삼쩜삼의 수익성 호전망의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기업 사업성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삼쩜삼은 현재 실적 상황은 적자이지만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IPO에 도전한 케이스"라며 "영국 진출 무산 등이 거래소 심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평했다.

◇엄격해진 거래소 심사 허들도 영향

일각에선 거래소의 깐깐해진 기술특례상장 심사 기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는 미래 추정이익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지속하고 있다. 예심청구 후 심사 승인까지 6개월을 넘긴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달 13일에도 바이오벤처 기업인 피노바이오는 자진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심을 청구한 지 9개월만이다. 자비스앤빌런즈도 상장일정이 기존 프로세스 보다 6개월 정도 밀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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