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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반도체 도약의 길]'팹리스 조력자' 에이디테크놀로지 "미국 진출 원년"박준규 대표 "개발과제 양산시점 도래, 매출 성장 기대"

김혜란 기자공개 2024-03-11 08: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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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도약하는 길은 '생태계 육성'에 있다. 팹리스부터 설계자산(IP) 기업, 디자인하우스, 후공정(OSAT),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고르게 성장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시장은 변혁기를 맞이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지탱해 온 기업입장에선 도약대에 선 셈이다. 더벨이 'K-시스템 반도체' 미래를 짊어진 기업의 경쟁력을 현장에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5년 사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을 개발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는 많이 나왔지만 이 중에서 실제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팹리스가 설계한 칩이 세트(완성품)에 탑재되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을 주도하며 생태계 강화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AI, 머신러닝, 거대언어모델(LLM)의 큰 물결은 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를 구현할 고성능 반도체는 많이 필요해졌는데, 실제로 칩을 제작하기까지 난이도는 훨씬 어려워졌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칩이 개발돼도 실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AI라는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제2판교테크노밸리 신규사무소에서 만난 박준규 에이디테크놀로지 대표(사진)는 "AI용 칩이 세트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인터페이스를 팹리스가 다 준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며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이를 대신함으로써 팹리스에 경쟁력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디자인하우스로서 세계 무대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력과 노하우를 갖췄다고 판단, 올해 미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설계 플랫폼 경쟁력 고도화, 오토모티브 분야 선도 기회

에이디테크놀로지는 팹리스나 세트(완성품)사가 핵심 칩 하나만 개발해도 제품화할 수 있도록 나머지 설계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한다. 설계 플랫폼이란 팹리스가 개발한 칩을 뒷받침하는 다른 여러 반도체와 칩과 칩을 연결하는 회로를 그려넣은 설계도를 말한다.

팹리스 입장에선 디자인하우스에서 설계 플랫폼만 사다가 자체 개발한 핵심 AI 칩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칩 개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그다음 삼성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에 맞춰 제조용 도면으로 변환해 설계부터 생산, 후공정(패키지·테스트)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 대표는 특히 오토모티브(자동차)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 자율주행자동차에는 고성능·고용량인 데다 제작 난이도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가 획기적으로 많이 필요해져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커지는 분야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작년부터 '자동차용 반도체 인증 지원'을 준비해 왔다"며 "오토모티브 칩 제작에 필요한 플랫폼과 라이브러리, 인증까지 모두 내재화해 팹리스가 설계한 칩을 실물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국제표준 인증인 'ISO26262' 등을 획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나 완성차 업체가 이런 인증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에이디테크놀로지를 이용하면 칩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몇몇 스타트업과 오토모티브용 칩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나 OEM에 부품을 조달하는 '티어1' 그룹은 지금까지 네덜란드 NXP나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조달해 왔으나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제 OEM과 티어1이 시스템 반도체를 내재화하겠다는 니즈가 생기면서 팹리스와의 협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디자인하우스가 인프라를 갖춘다면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직접 영업에 나설 수 있다.

박 대표는 "완성차 기업이 제품 차별화를 위해 자사를 중심으로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칩을 내재화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우리 파트너(팹리스)와 OEM, 티어1, 에이디테크놀로지가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오토모티브 분야에서만큼은 경쟁 우위를 가지려고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칩렛(Chiplet) 등 첨단패키징 관련 솔루션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는 "앞으로 수주 물량의 반 이상은 2.5차원(2.5D), 3차원(3D), 칩렛 패키징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라며 "국내와 미국, 유럽 고객사들을 만나보면 칩렛을 이용해 칩을 제작하고 싶다는 니즈가 강하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가진 시스템온칩(SoC)과 패키징 기술을 쏟아부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5D 패키징이나 칩렛 등을 구현하려면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회로 블럭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하우스가 패키징 분야에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내부에 첨단패키징 관련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미국법인 수주 임박, 외형성장 자신

박 대표는 올해가 실적 개선과 미국 진출 성과를 거둬들이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엔 매출이 부진했으나 올해는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실제 수주 성과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의 매출 구조는 크게 개발과 양산 매출로 나뉘는데,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의 반도체 시제품을 납품하면 개발비를 받고, 이후 양산까지 가면 그때부터 양산 매출이 발생한다. 매출 볼륨을 키우기 위해선 양산 매출 비중이 커져야 한다.

그동안 했던 개발과제들이 이제 양산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도래해 매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10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인력을 미리 뽑아 확충하고 트레이닝 중"이라며 "올해부터 수주 과제가 많아질 것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현재 인력은 600여명이다.

특히 그동안 성과가 없었던 미국 시장에서 올해 첫 결실이 나올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2021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뒤 3년째 운영 중이다. 그는 "올해 미국법인이 직접 수주한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며 "작년까지 많은 잠재적 고객사와 논의를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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