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이 뭐길래...고발 설명회까지 연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대응책 준비 중"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06 16:58:3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14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빌딩.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고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회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컴플라이언스실의 구승모 사내 변호사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16장을 띄워놓고 약 1시간 동안 추가 수사와 합당한 처벌을 촉구했다.
◇윗선의 개입 있었나…한화오션 "경찰에 추가 수사 요청"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은 2012∼2015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군사기밀을 빼돌려 회사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로 직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입찰 참가자격은 청렴서약서 위반 여부에 달려 있다. 군사기밀 유출 여부를 판단하는 청렴서약서의 제출 대상은 '대표 및 임원'이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의 불법행위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4일 KDDX 개념설계 유출 과정에 HD현대중공업 주요 임원진들이 개입했다며 이들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이날 한화오션이 밝힌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범행 방식'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을 내부 불법 서버에 저장했다. 서버의 경우 예산 운용을 위한 결재와 기무사 등의 승인이 필요해 윗선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근거는 '인지 정황'이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보안팀장은 지난 2015년 11월 내부 불법 서버 존재를 파악했다. 다만 해당 서버는 2018년 국군방첩사령부의 불시 감사 때까지 유지됐는데, 이 사이 경영진 보고가 분명 있었을 거란 주장이다.
구승모 변호사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적으로 범죄 행위를 했는데 직원 9명만 처벌 받는 건 불합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꼬리 자르기식' 범죄 시도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안되기 때문에 경찰에 추가 수사와 처벌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KDDX'…HD한국조선해양 "대응책 준비 중"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공개 저격한 만큼 양사 간의 갈등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설명회가 종료된 후 HD현대 조선업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주장 등을 파악해 입장문 등의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양사 갈등의 핵심은 결국 'KDDX'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예산 7조8000억원을 들여 오는 2030년까지 6000톤(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게 골자다. 통상 군함은 발주가 특정 시기에 집중돼 한번 수주에 실패하면 오랜 기간 일감이 끊겨 입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크게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현재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경찰 수사로 경영진의 불법행위 개입이 입증된다면 청렴서약서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참가자격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회사에 비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한화오션의 단독 입찰이 예상된다.
다만 한화오션은 이번 고발이 자사의 사업적 이득만 고려한 판단이라는 시선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날 법무법인 율촌의 정원 변호사는 이런 지적에 "제재가 없다면 모든 방산 비리가 직원의 행위로 둔갑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준비 중인 대응책과 별개로,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방사청의 심의가 두 차례나 이뤄져 추가 수사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 보안사고 감점 규정에 따라 2025년 11월까지 감점(1.8점)을 적용받는 상황이다. 향후 입찰참가 자격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이중 제재'에 해당돼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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