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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상장 재도전기]"상장 재도전 밸류업 기회, 돈 버는 바이오 보여준다"②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 "재도전 500억 공모 기대, 사업성 입증 주력"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07 09:17:26

[편집자주]

국내 바이오텍의 코스닥 입성 허들이 높아졌다. 유망기업으로 꼽힌 '루키 바이오텍'도 급변한 금융당국과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비상장 바이오텍이 원활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상장밖에 없다. 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도전에 나선 바이오텍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사와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유망주로 떠올랐던 피노바이오.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것에 대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피노바이오는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는 입장이다. 밸류에이션을 높여 상장을 재추진한 뒤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그렇다면 새 전략은 무엇일까. 더벨은 정두영 대표(사진)를 만나봤다.

◇높아진 당국 문턱, '기대주' 피노바이오 상장 '자진철회'

피노바이오는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모달리티 ADC를 개발사로 이름을 알리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자체 개발 ADC 플랫폼 'PINOT-ADC'를 앞세워 셀트리온·롯데바이오로직스·안국약품·에스티팜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업체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면서다.

기대주였던 피노바이오의 예심이 1년 가까이 지연된 원인을 시장은 '사업성 입증 부족'에서 찾는다. 최근 들어 깐깐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한국거래소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규제당국 승인을 받기 위해 더 높은 단계의 임상 진척도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피노바이오의 입장은 다르다. 기술성평가 이후 마일스톤 유입, 특허 등록 등 추가적인 성과가 있었음에도 이들에 대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탄탄한 사업성을 입증할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다. 행정절차상 문제를 꼬집는다.

정 대표는 "작년 초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이후 1년 동안 마일스톤을 수령하고 약물(페이로드) 및 링커에 대한 새로운 특허도 등록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는데 예심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상장 자진철회라는 뼈아픈 결정을 내렸지만 피노바이오는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전화위복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밸류업에 나선 뒤 지금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다시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그림이다.

그는 "올해 상장을 하면 약 150억원의 공모 자금이 유입됐을 텐데 현재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으면 500억가량 공모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예 평가를 안 받은 상태라는 마음으로 충분히 마일스톤을 쌓은 다음 상장을 재추진하려 한다"고 했다.

◇밸류업 뒤 상장 재추진, 핵심은 'ADC 플랫폼 사업화'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그래서 피노바이오가 어떻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인지에 쏠린다.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돈 버는 바이오'. 꾸준히 마일스톤이 유입돼 매년 예측 가능한 수입이 발생할 때 밸류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흑자 바이오가 이례적인 만큼 달성할 수만 있다면 재상장 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개발(R&D) 전략에 변화가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임상을 직접 끌고 가는 당초 기조에서 벗어나 ADC 플랫폼 사업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데 무게를 둘 예정이다. 당장은 자체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보다 자생력을 갖추는 게 더 우선이라고 본 셈이다.

정 대표는 "당사 플랫폼을 임상을 통해 검증하겠다는 파트너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직접 임상에 나설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플랫폼 기술수출에 따른 마일스톤에 더해 50억~70억원 정도의 임상 비용을 줄이면 이르면 올해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 경쟁력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먼저 페이로드 측면에서 PINOT-ADC는 1·2세대 ADC 신약의 단점을 보완한 3세대 기술이다. 자연유래 항암 물질 캠토테신 기반 페이로드를 활용해 기존 ADC 약물의 안전성 우려를 극복한 게 특징이다.독자적인 엔지니어링을 통해 캠토테신의 안전성은 유지하되 효능을 높인 'PBX-7 시리즈'를 확보했다.

최근 새로운 링커 기술을 개발하면서 ADC 플랫폼을 급속도로 고도화한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링커와 페이로드 조합을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도록 친수성으로 만듦으로써 원치 않는 세포 및 조직의 흡수를 막고 부작용을 억제하는 게 핵심이다. 뛰어난 물성을 바탕으로 프로탁 등 기존 링커 기술로는 어려웠던 다양한 페이로드를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도 높다.

정 대표는 "ADC 개발사 가운데 페이로드와 링커를 동시에 보유한 곳은 극히 소수"라며 "새 링커는 기술성평가 당시엔 도출되지 않았던 결과물이기 때문에 다시 상장을 도전할 땐 이런 점을 추가로 어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십억원 마일스톤 기대…ADC 글로벌사 목표"

피노바이오는 파트너사의 임상 단계가 높아진 데 따라 머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껏 피노바이오는 셀트리온, 컨쥬게이트바이오와 각각 1조6000억원, 3200억원 규모로 ADC 플랫폼을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는 "어느 파트너사든 후보물질 단계까지 올라가면 회사가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구조인데 올해에만 적어도 두 자릿수, 수십억원대 마일스톤 유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컨쥬게이트바이오와 파트너십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회사는 'ADC 후보물질 5~6개를 만들어 빅파마에 기술수출하겠다'는 계획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인물들이 2022년 4월 세운 업체다. 미국 머크(MSD)가 27억5000만달러(약 3조억원)를 주고 인수한 ADC 개발사 벨로스 바이오를 만든 미국 소재 중국계 벤처캐피탈(VC) 드쳉 캐피탈(Decheng Capital)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그는 "컨쥬게이트가 3개 프로젝트를 동시 가동 중인데 이를 위해 당사가 링커와 페이로드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컨쥬게이트는 오는 6월까지 인비보(생체 내) 테스트 3개를 끝내고 연내 올해 중으로 원숭이 실험까지 3개 이상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자체 신약개발을 아예 손 놓는 건 아니다. 비용 효율적 개발이 가능한 표적항암제 'NTX-301'의 경우 주도적으로 임상을 이끌고 있다. 현재 고형암 대상 미국 1/2상, 혈액암 대상 1a상 단계다. 혈액암 대상 임상은 1분기 중 종료를 앞뒀는데 이후 적극적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ADC 전문 시젠이나 이뮤노메딕스처럼 자신의 이름을 달고 팔리는 신약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지만 그전에 플랫폼 사업을 키워 자체 영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발판을 마련하는 게 일차적인 전략"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술을 도입한 파트너사가 성과를 낼수록 트랙레코드가 쌓이고 추가 기술수출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면서 "이렇게 해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면 풍부한 자금을 갖고 더욱 공격적으로 임상 및 신약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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