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구조 트래킹]뭉치고 쪼개지고, 분리 준비하는 효성 '형제'②3형제 지분율 엎치락뒤치락, '형제의 난' 이후 정리…신설지주, 3인 사내이사 체제 동일
김동현 기자공개 2024-03-12 07:38:33
[편집자주]
오너가 경영권 분쟁의 단골 키워드는 지분율이다. 그룹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기업의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오너 경영인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지분 경쟁은 회사 의사결정의 종착지인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영향을 미치며 수적 우위 싸움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더벨이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주요 회사의 오너가 지분구조를 되짚으며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6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은 외환위기(IMF) 당시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T&C 등 4개사를 통합해 ㈜효성을 출범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개별 회사의 사업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그룹이 뭉쳐 규모를 키워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효성바스프, 효성ABB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했다.이후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다시 효성화학·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 등 4개 회사를 분할하긴 했으나 20년 전 통합을 계기로 ㈜효성의 사내이사진은 많으면 5명, 적어도 3인으로 꾸려졌다. 이러한 3인 사내이사 체제는 효성 3세 중 막내인 조현상 부회장이 끌고 갈 신설지주로도 이어진다.
과거 효성 3형제의 지분율은 누구 하나 뚜렷이 앞서나가지 않고 엇비슷했으나 2014년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의 '형제의 난' 이후 장남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중심으로 정리됐다. 신설지주 설립과 계열분리까지 앞으로 과제로 두 형제 경영인의 지분 정리가 꼽히는 배경이다.
◇주식배당·장내매수, 경영권 보호로 뭉친 오너
1998년 효성은 계열사 통합으로 IMF 외환위기 파고를 넘겼다. 통합법인의 지분율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5.18%로 가장 많았고 아들들인 3형제의 지분율은 다 합쳐도 3%가 되지 않았다. 이외에 부인 송광자씨(0.23%)와 동생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0.02%) 등도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다 합쳐도 특수관계인(임원 포함) 지분은 18.92%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산업은행(11.62%), 균덕유한공사(10.64%) 등 금융권의 ㈜효성 지분율이 두자릿수대로 높았다. 이후에는 캐피탈리서치앤매니지먼트컴퍼니(CRMC)와 같은 외국계 지분도 들어왔다.
오너가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탓에 오너 3세 3형제는 장내 매수는 물론이고 주식배당을 통해 지분율을 차츰차츰 끌어올렸다. 1998년 1.39%였던 장남 조현준 회장의 지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올라가며 2000년대 초반 7%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이 1%에도 미치지 않았던 동생들(조현문·조현상) 역시 시장에서 지분을 끌어모아 조 회장에 버금가는 지분율을 유지했다. 2006년 3형제의 합산 지분율은 20.23%로 올라갔고 자연스럽게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30.77%까지 올라갔다.
각각 7% 전후의 지분율로 유지되던 3형제의 지분구조는 2014년 차남이 일으킨 형제의 난 이후 정리됐다. 조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회장과 계열사 임원 등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으로, 이 사건 이후 조 부사장은 본인의 지분을 모두 시장에 팔고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반대로 조 회장은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지속해서 끌어올리며 아버지 조 명예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10.84%) 자리에 앉았다. 최대주주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막내 조현상 부회장도 두자릿수대 지분율(10.48%)을 기록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현재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와 21.42%다. 조석래 명예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전체의 지분율은 56.10%다. 오는 7월 ㈜효성이 인적분할을 통해 조 부회장의 효성신설지주를 출범하더라도 이러한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3형제 차례로 사내이사 입성, 장남·막내 경영체제 구축
회사의 구조를 바꾼 1998년 4개사 통합은 ㈜효성이 이사회를 대규모 꾸리는 계기가 됐다. 기존 조석래 명예회장 중심의 사내이사 체제로 운영되던 회사가 각 사업부문 대표를 선임하다 보니 사내이사진이 총 5명으로 늘었다. 2000년 조현준 당시 전무가 사내이사에 입성하며 ㈜효성 사내이사진은 2명의 오너 경영인(조석래·조현준)과 3명의 사업부문 대표로 꾸려졌다.
2008년에는 조현문 전 부사장도 이사회에 합류하며 5인의 사내이사진 가운데 오너가가 더 많아졌고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난 뒤에는 조현상 당시 부사장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2016년을 끝으로 조 명예회장이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조 회장이 그룹회장 겸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고 2017년부터 지금의 오너 2인(조현준·조현상)과 전문경영인 1인(김규영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구성된 사내이사 체제가 완성됐다.
오너가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 부회장의 경우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효성기술원장을 맡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기도 한 그는 기술 개발과 사업 운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다 올해부터는 COO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신임 효성기술원장은 LG화학 CTO(당시 사장) 출신인 노기수 부회장이 맡는다.
3인 사내이사 체제는 새로 설립될 신설지주에서도 이어진다. 조현상 부회장을 비롯해 안성훈 효성중공업 전력PU 총괄 부사장, 신덕수 ㈜효성 전략본부 임원(전무) 등이 신설지주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다. 조 부회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효성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으로, 당분간은 두 형제의 ㈜효성 사내이사 운영 체제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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