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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라플라스파트너스]'바이오 투자 귀재' 한인수 대표, 산업계 노하우 '듬뿍'삼성전자·인텔·네이버 섭렵 베테랑 심사역…"올해 펀딩 확대 원년"

이기정 기자공개 2024-03-14 08:30:27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플라스라는 사명은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어려운 미적분을 고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며 많은 이공계 학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아직은 신생 기업이지만 앞으로 벤처투자가 보다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한인수 라플라스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산업계와 벤처캐피탈(VC)업계를 수차례 오가며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다. 2020년부터는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홀로서기 도전에 나섰다. 라플라스파트너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특유의 선구안을 무기 삼아 유망 바이오 기업들을 발굴하며 중형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캡스톤파트너스와 공동 펀드를 결성해 온 라플라스파트너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펀딩에 도전한다. 모태펀드 출자사업 지원뿐 아니라 특수 목적의 프로젝트펀드 결성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 대표는 청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후기지수 양성도 이어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후기지수란 후배(後輩) 가운데(中)의 뛰어난 인물(人物)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성장 스토리: VC-산업계 오가며 경험 축적, 창투사로 '홀로서기' 도전

1968년생인 한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 학사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버너-섐페인캠퍼스 바이오공정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일리노이 주립 연구소 연구원과 캘리포니아 생물공학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바이오 경력을 쌓아왔다.

1990년대 말 국내로 복귀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제1의 벤처붐이 일고 있었다. 자연스레 한 대표는 VC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인의 소개로 무한기술투자에서 2000년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 대표는 "학사 시절 전공은 식품공학이었지만 담당 교수님께서 화학공학, 생명공학 등 여러 학문을 가르쳐 주셨다"며 "이때 쌓은 경험이 현재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한기술투자에 입사 후 금융과 투자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영토를 넓혔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한기술투자를 거쳐 KB창업투자(현재 K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겨 팀장을 지냈다. 그러다 돌연 산업계로 경로를 틀게 된다. 투자에 대한 보람은 있었지만 여러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기술 이해도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인텔 코리아에서 십년 간 몸 담았다.

네이버 수석 연구원과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펜타시큐리티시스템 이사를 거친 그는 2018년 첫 창업에 나선다. '스카이메도우'라는 회사를 설립해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며 투자 자문, 블록체인 투자 등을 진행했다. 어느정도 경험을 쌓은 그는 2020년 라플라스파트너스를 설립한다.

그는 "4년 동안 VC에서 일을 해보니 기술은 지속적으로 바뀌는데 내가 못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산업계로 돌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투자, 마케팅, 사업개발, 영업 등을 경험하며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철학: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한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과학 기술에 대한 흥미가 많았다. 자라면서 과학 기술이 인류 사회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직접 목도했다. 이같은 경험이 차곡차곡 모여 기술 기업을 우선시하는 한 대표의 투자 철학을 만들어냈다.

그는 "학생 때는 유전 공학이 크게 붐을 이루기 시작했고 성인이 돼서는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가 생활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봤다"며 "일련의 과정을 VC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몸소 겪으면서 기술 혁신 기업에 투자하자는 철학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 대표는 바이오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자는 다른 분야와 비교해 유독 수십년 동안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들이 많은 영역이다. 그는 바이오 중에서도 인류의 건강 등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을 유심히 보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상당수가 저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보배 같은 핵심 기술과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많은데 인정받고 있지 못해 아쉽다"며 "다만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추후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적기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는 그간 쌓아온 산업계 경력을 활용하는 편이다. 또 자체적으로 새로운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데에도 힘쓰고 있다. 다만 스스로가 전문가라는 자만보다는 겸손한 자세에서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수시로 구하고 있다.

한 대표는 "미래에 주목받을 기술을 먼저 알아고보 해당 분야의 기업을 찾는 '톱-다운' 방식의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며 "생명공학 등 전공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기업들의 경쟁력이나 전문지식 등을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바이오 투자를 이어가면서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바이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빅파마로의 기술 이전인데 대기업이 과연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을 필요로 할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 1: 첫 투자기업 '노바렉스', 현장서 뛰는 심사역을 만들다

렉스진바이오텍(현재 노바렉스)은 한 대표가 무한기술투자에서 처음으로 투자한 기업이다. 당시 노바렉스 공장에 방문한 한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회사임에도 튼튼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노바렉스 투자에 대해 처음에는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산업계 출신이다 보니 초반에는 재무제표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미숙함이 많았다"며 "그러던 중 노바렉스 공장을 찾았는데 이 기업은 분명히 성공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경험을 통해 심사역은 항상 돌아다니면서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노바렉스의 엑시트를 보지 못하고 KB인베스트먼트로 둥지를 옮겼다. 다만 무한기술투자는 노바렉스의 회수로 멀티플 약 3배를 기록하면서 준수한 성과를 썼다. 한 대표는 노바렉스를 시작으로 바이오 섹터 기업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트랙레코드 2: 신약부터 헬스케어 기업까지 전방위 투자 '두각'

라플라스파트너스 설립 이후 한 대표가 투자한 주요 포트폴리오는 △인게니움테라퓨틱스 △지투지바이오 △아이벡스메디칼시스템즈 등이다. 투자 규모는 최대 5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회사가 어려운 시기 펀딩을 지원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NK(자연살해) 세포 치료기업 인게니움테라퓨틱스는 총 두 차례 투자를 진행했다. 회사 경영진이 관련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실제 회사는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생산 분야에서 수십년간 업계에 종사한 인물들이 포진돼 있다.

장기 지속형 약물 기술 보유기업 지투지바이오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됐다. 특히 투자 시점이 공교로워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다. 그는 "투자를 결정했지만 당시 지투지바이오가 기술성평가에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며 "다만 이내 유사 사업을 하는 상장사들이 관심을 받으면서 다시 회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압산소 치료기기 업체 아이벡스메디칼시스템즈는 7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이미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현재 회사는 의료 목적 이외에 생활 분야로 저변을 넓혀가면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대표는 "적은 가격이 아님에도 아이벡스메디칼시스템즈 제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기기를 보고 충분히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AUM 증대 최우선 목표, 후기지수 육성도 주력

한 대표는 회사의 외형 확대를 위해 펀드레이징을 늘려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실제 라플라스파트너스가 현재까지 결성한 펀드는 △캡스톤 라플라스 초기 바이오 투자조합(20억원) △라플라스 벤처투자조합 1호(23억원) △캡스톤 라플라스 벤처투자조합 2호(21억원) 등 3개로 AUM(운용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

캡스톤파트너스와 공동운용펀드가 눈에 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한 대표에게 가장 소중한 인연 중 하나다. 무한기술투자 재직 당시 사수였던 황태철 캡스톤파트너스 부사장이 한 대표의 바이오 투자 역량을 믿고 공동 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역시 한 대표가 평소 존경을 갖고 있던 선배 심사역이다.

앞으로의 펀딩에서는 바이오와 함께 AI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외의 분야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바이오와 인공지능 섹터를 7대 3정도로 구분해 펀딩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모태펀드 지원과 함께 특수 목적을 가진 펀드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인 펀딩 전략은 확정하지 못했다"며 "다만 빠르게 시장에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펀드를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VC업계를 이끌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한 대표의 주요 목표다. 무엇보다 이제 막 학업을 마친 인재들을 업계로 영입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턴을 뽑고 있다. 다른 VC와 달리 인턴에게 실제 심사역이 하는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특이점이다.

그는 "인턴들이 회사에서 VC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며 "심사역이 하는 일들을 체험하고 본인이 원한다면 정규직으로의 전환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VC업계에서는 실력과 학력이 충분하지만 경력이 없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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