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시계]약속의 시간 오는데…갈림길 선 현대차①소프트뱅크 풋옵션 행사 시점 1년여 남아…아직은 상장 움직임 포착되지 않아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21 09:20:58
[편집자주]
상장 시계가 돌아가게 된 건 한 문장 때문이다. '4년 이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장되지 않으면 풋옵션 행사 가능'. 현대차와 소프트뱅크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계약은 현대차의 로봇업 진출의 서막으로도 유명하지만, 시장은 비전보다는 역시나 이런 계약 내용에 훨씬 주목한다. 이제 보상을 약속한 시점까지 1년여를 앞둔 상황,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둘러싼 상황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더벨이 시장과 현대차 모두의 화두가 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15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의 업계 주요 이슈였다. 1조원의 대규모 인수 대금도 이목을 끌었지만, 기업공개(IPO)를 약속한 소프트뱅크그룹과의 계약 내용에도 관심이 상당했다.이제 계약서에 언급된 상장 시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기업가치뿐만 아니라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도 걸려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직 적자 상태에 있다. 이렇다 할 상장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조용한 분위기…다가오는 풋옵션 행사 시점
지난 2021년 6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현대차가 30%(약 3736억원), 현대모비스가 20%(약 2490억원), 정의선 회장이 20%(약 2490억원), 현대글로비스가 10%(약 1245억원)를 인수했다. 약 1조원이 투입됐다. 이 중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2022년 9월 지분 전량(50%)을 투자 법인 HMG 글로벌에 현물출자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직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깊게 관여했던 글로벌 투자 자문사 관계자는 "아직 상장과 관련해 들은 얘기가 없다"고 했다.
당시 딜에 참여했던 또 다른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은 준비 작업이 상당히 요구돼 자문 등의 계약을 했다면 이미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인수 작업 이후 현대차가 상장 자문 업무를 맡겨 온 적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상장 추진 여부가 이목을 끄는 건 '계약' 때문이다. 지난 2021년 6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과 지분(80%)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 가지 풋옵션 조항에 동의했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 6월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상장시켜 소프트뱅크그룹에 잔여 지분(20%)에 대한 엑시트 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주목할 점은 그 반대 경우다. 상장에 나서면 문제가 없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의 잔여 지분을 인수하는 식으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이 경우 매수인인 현대차의 해외 법인 HMG 글로벌과 현대글로비스, 그리고 정의선 회장이 2026년 6월 안에 소프트뱅크그룹의 지분을 나눠서 매입한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 중인 지분을 바탕으로 풋옵션 행사 대응 가격 등을 추정하더라도 대규모 현금은 필수다. 정의선 회장은 개인 지분 20%를 확보할 당시 약 2400억원의 사재를 투입했다. 지금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용화 수준의 로봇을 개발할 정도로 발전한 만큼 매수 가격은 훨씬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당기순손실 3348억원으로 확대…올해가 '분수령'
소프트뱅크그룹에게 약속한 상장 시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차의 판단이 주목된다. 상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진 않지만 대규모 현금 유출이 걸린 문제라 내부에서는 시점과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어느 쪽으로든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직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이다.

특히 지난해에만 당기순손실로 3348억원이 발생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이래 본 최악의 손실이다. 잠재력 있는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도 적자가 심해진다면 차라리 소프트뱅크그룹의 지분을 사고 나중을 기약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 가치가 걸려있다는 점에서도 올해는 상황이 좋아져야 한다.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하는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으로 대규모 수익을 볼 신호를 못 받는다면 굳이 풋옵션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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