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매각…막 내린 '토종 수제맥주 신화' 2015년 설립 후 9년 만 경영권 변동, '시장 침체' 가속화 우려 증폭
서지민 기자공개 2024-03-20 07:29:31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14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토종 수제맥주 기업으로서 상징적인 존재였던 제주맥주가 경영권 매각으로 막을 내렸다. 제주맥주를 따라 IPO를 준비하고 있는 수제맥주 기업들은 물론 맥주 업계 전체에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문 대표를 포함한 최대주주 측은 급박한 매각작업 끝에 인수자와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제주맥주 직원들 역시 경영권 매각 소식을 내부 공지가 아닌 19일 오전 공시를 통해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제맥주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의 경영권이 설립한 지 채 3년이 안된 이종기업에 넘어가면서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고전하고 있는 수제맥주 산업이 더욱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2017년 대표 제품 '제주 위트에일'을 론칭하며 수제맥주 사업을 본격화했다. 해외 수제맥주 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양조 설비 도입을 통해 한국 수제맥주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 론칭 4년만에 GS25 등 국내 4대 편의점에 전 제품을 입점시키면서 수입맥주 시장 선두 업체로 자리 잡았다. 양조설비 증설에도 힘을 쏟아 맥주 생산능력을 2017년 연 285만 리터에서 2021년 2000만 리터로 늘렸다.
영업적자를 감내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던 배경에는 활발한 투자유치가 있었다. 2015년 스톤브릿지벤처스를 시작으로 포레스트파트너스, 우신벤처투자, UT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금이 600억원을 넘어섰다.
외형 확대에 힘입어 2020년 말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에 도전했다. 제주맥주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2021년 5월 화려하게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조달한 자금을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 및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투자해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제주맥주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주류 트렌드가 수제맥주에서 위스키 등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짧은 기간 내 비슷한 콘셉트의 수제맥주 상품이 우후죽순 나온 점도 독이 됐다.
연결기준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2020년 216억원에서 2021년 288억원으로 증가해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4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6.3% 줄어든 225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9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반등을 위해 조직 개편, 사업 다각화 등 전략을 내놓았으나 업황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1년 벤처캐피탈 자회사를 설립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자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3월에는 대한제분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콜라보 수제맥주의 대명사인 곰표밀맥주 생산 기회를 잡았다. 급감한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묘수로 곰표밀맥주를 선택했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레시피 도용 문제가 불거지며 원제조사인 세븐브로이와 법적 분쟁을 겪기도 했다.
마지막 카드로 꺼내 든 외식업 진출은 추진 전부터 좌초됐다. 지난해 6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달래에프앤비 주식 64.3%를 9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후 3개월 만에 돌연 인수 철회를 결정했다.
제주맥주는 달래에프앤비가 영업권 및 사업의 지속성 유지 등 거래조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맥주가 계약 파기 전 인수잔금 지급을 수차례 미뤄온 점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자금 부족이 인수 철회의 결정적 원인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경영권 매각 후 제주맥주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우선 더블에이치엠은 오는 5월 8일 매각 잔금 납입과 함께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할 예정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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