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아트]하이트 컬렉션의 시작, 박문덕 회장의 꿈대형 설치작가 서도호의 <카르마>가 기업인 컬렉터에게 준 울림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22 07:37:52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5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트 컬렉션에 들어서면 토네이도 형상을 한 붉은 색 대규모 설치작품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컬렉션의 대표 소장작품인 서도호의 <인과(Cause & Effect)>다. 이 작품은 하이트 컬렉션이 설립될 때 전시장 조성과 동시에 설치가 이뤄졌다. 하이트 컬렉션 중심에 놓인 <인과>에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취향이 스며있다.하이트 컬렉션은 하이트진로 계열 하이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서울 강남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1층에 위치해있다. 박 회장은 아트 컬렉터로 잘 알려졌으며 직접 그림작업을 할 정도로 미술에 애정이 깊다. 하이트진로 계열 골프장 블루헤런에는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다수 전시돼 있다. 박 회장은 또다른 기업인 컬렉터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과도 친분을 쌓고 있다.
박 회장은 서도호의 대표작 <카르마>에 큰 울림을 받았다고 한다. 서도호의 설치작업은 규모가 크고 개인 컬렉터가 집에 소장하기는 어려운 것들이 주를 이룬다. <카르마>는 대개 건물 2층 높이에 달한다. 대규모 작품이 놓이려면 그에 맞춘 대형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이트 컬렉션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 주요 소장품 서도호의 카르마 시리즈 <인과>
<카르마>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무등을 타고 이어져 위로 높이 연결된 형상을 한 작품이다. 하이트컬렉션의 대표 소장작 <인과>는 카르마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작품을 보면서 박 회장은 가장 아래쪽 끝에 있는 작은 사람이 마치 자기 자신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업인으로서 그가 짊어진 짐의 무게를 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과>는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설치 작품이다. 높이가 8미터에 달하는 거대 구조물로 역동적인 허리케인 형상을 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11만개의 작은 인물상들로 구성된, 매우 치밀한 작업이다. 수많은 소형 인물상이 천정에서부터 차례로 무등 탄 채 서거나 앉아 서로에게 기대며 내려오고 있다.
서도호는 자기 경험에서 출발해 '이주하는 삶 속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성찰해 온 작가다. <인과>는 그 연장선의 작업이며 '인연'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하이트 컬렉션 측의 설명이다. 인연의 끈이란 눈에 보이진 않아도 개별 존재를 연결시키는 숙명의 끈이며 개인과 집단이 공존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 2024년 상반기 <언두 이펙트>전시 준비 중
하이트 컬렉션의 전시는 주로 회화나 사진, 조각, 영상 등 한 가지 장르를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기획돼 왔다. 2022년 5월에 진행한 《각(Kak)》은 최근 20-30년 간 한국 동시대 조각의 흐름에 대해서 살펴본 전시다. 권오상, 권현빈, 김동희, 김인배, 서도호, 이불, 이수경, 임정수, 정지현, 조재영, 차슬아, 홍자영이 참여했다.
최근 미술계에서 국내외적으로 20세기 혹은 더 이전의 조각을 다시 보고 이를 참조, 재해석하는 듯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각》은 동시대 미술 안에서 조각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으며 또 어떤 모습일지,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도를 했다. 전시 제목 ‘각’은 가장 간결한 어휘로 동시대 조각의 다양한 양상과 열린 의미를 담았다.

또 다른 전시로는 2023년 겨울에 개최된 젊은작가전 《과거가 영원히 현재로 오고 있다》를 들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의 영상에 대한 감각을 살펴보고 영상, 무빙이미지에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네 명의 작가 곽소진, 권희수, 민혜인, 정여름의 작업을 소개했다.
이들은 카메라를 비롯한 촬영 장비의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광학기계가 이미지를 포착하는 원리, 인간의 시지각과의 관계를 탐구했다. 또 영화의 장르적인 특징과 아방가르드 영화 거장들의 실험을 참조하기도 했으며 1970년대 일부 퍼포먼스 비디오 작가들처럼 영상, 무빙 이미지를 공간에서 움직이는 조각처럼 다루기도 했다.

하이트 컬렉션 관계자는 "동시대 미술 전시의 양상은 스펙터클 효과를 강조하고 관객의 체험을 오락에 가깝게 유도해왔으나 지나친 효과는 본질을 호도한다"면서 "이번 전시는 작품 외적 효과를 없애고 현대미술의 기본 매체를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동시대미술에서 전시의 본분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박문덕 회장 외 3인 문화재단 설립에 915억 주식 출연
2007년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저변을 넓히며 예술인들의 활동 지원을 통해 동시대 문화예술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재단 설립 목적이다. 이후 하이트문화재단은 2010년 10월 서도호와 권진규의 전시를 시작으로 하이트진로 본사 내에 하이트 컬렉션을 개관했다.
하이트컬렉션은 매년 2~3차례 다양하고 실험적인 현대미술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젊은작가전을 연례화한 것이 그 예다. 젊은작가전은 전시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작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문화재단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연계해 미술 교육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문화재단은 비영리 공익재단이며 별도의 수익사업을 하지 않아 전시 매출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이트컬렉션 관계자는 "전시가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익 통계는 내지 않고 있다"며 "하이트컬렉션의 전시는 동시대 미술 현장에 참조가 되기도 하고, 참여 작가의 활동이 다른 기관의 전시, 국제적인 활동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문화재단은 설립시 박문덕 회장 등으로부터 출연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중인 지분은 2023년 말 기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54%, 하이트진로홀딩스 우선주 2.13%, 하이트진로 우선주 2.12%이다. 해당 지분의 취득가는 320억원이다. 문화재단 설립 당시 박문덕 회장 외 3인은 915억원 상당의 주식을 출연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2022년 말 하이트문화재단의 이사는 총 7명이며 최철환, 라대섭, 임병도, 송영기, 김진한, 문위철, 서광석 씨가 리스트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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