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회계 톺아보기]'R&D 경영' SK이노, 최전선에 환경과학기술원각 계열사와 R&D 계약...카본 투 그린 목표 뒷받침
정명섭 기자공개 2024-03-22 07:31:50
[편집자주]
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을 대표하는 경영 철학 중 하나는 'R&D 경영'이다. 1980년대 독자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주창한 이념이다. 1983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기술지원연구소라는 이름의 R&D 조직이 처음 생겼고 1985년 울산에 첫 연구소가 설립됐다. 이후 '대덕기술원', '기술혁신연구원' 등의 명칭을 거쳐 2021년 지금의 환경과학기술원이 됐다.같은 시기 SK이노베이션은 8개의 계열사를 둔 SK그룹의 중간지주사가 됐다. 여전히 R&D 최전선에는 환경과학기술원이 있다. 각 계열사들은 환경과학기술원과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R&D 기능을 한곳으로 몰아 연구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이다.
◇SK지오센트릭 R&D 비용 제일 커...매출액 대비 R&D 비중 1위는 SKIET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중 상장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에 R&D 비용으로 258억원을 지급했다.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SKIET는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336억원, 359억원의 R&D 비용을 SK이노베이션에 지급했다. SKIET는 R&D 프로젝트별로 매월 SK이노베이션에 R&D 비용을 정산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연구개발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 비용이라고 부른다.
이는 SKIET가 SK이노베이션 산하의 환경과학기술원, I/E소재연구센터를 통해 R&D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I/E소재연구센터는 양극활물질과 전해질, 분리막, 차세대 배터리 소재 등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SK에너지(정유)와 SK인천석유화학(정유·석유화학), SK지오센트릭(석유화학), SK엔무브(윤활유) 등 SK이노베이션의 다른 주력 계열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SK엔무브의 경우 자체 연구조직인 윤활유연구소를 두고 있었으나 2012년 7월에 이를 SK이노베이션에 매각하면서 다른 계열사와 같은 R&D 프로세스를 갖추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환경과학기술원 중심의 R&D 체계에 대해 "사업회사와 그룹사 소속 연구소와 전략 공유, 협력을 통해 R&D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상 유일하게 SK이노베이션에 R&D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계열사는 SK온이다. SK온은 자체 R&D 조직을 두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이 △R&D 전략 △셀 개발 △시스템 개발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을, 생산과 공정 관련 기술 개발은 최고생산책임자(CPO) 조직이 맡고 있다.
각 계열사 중 매출액 대비 가장 많은 R&D 비용을 지출하는 곳은 SKIET다. SKIET는 2022년 552억원의 영업손실에도 매출액의 6%를 R&D에 투입했다.
R&D 지출의 절대 규모는 SK지오센트릭이 가장 높다. 2021년 470억원, 2022년 667억원을 SK이노베이션에 지급했고 작년 3분기까지 589억원을 썼다.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꾼 후 사업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계열사다. 당시 회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친환경 소재 등을 신사업으로 내걸었는데, 관련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R&D 비용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R&D 지출이 가장 적은 곳은 정유사들이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21년에 22억원, 2022년 29억원을 지출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21억원을 썼다. SK에너지는 연간 R&D 지출이 20억원대에 불과했다. 매출액 대비 0.05~0.09% 수준이다.
SK바이오팜의 경우 1993년 유공 기술지원연구소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한 조직이었으나 현재 자체 연구개발 조직을 두면서 환경과학기술원과 접점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의 R&D 총액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4170억원 규모였다. 매출액 대비 0.54% 수준이다.
◇'카본 투 그린' 목표에 여전히 높은 R&D 기대감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에서 그린 에너지, 소재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어 환경과학기술원 중심의 R&D 체계는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R&D 프로젝트는 총 23개(2023년 3분기 기준)다. 폐배터리와 탄소포집,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대부분 친환경 소재 개발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환경과학기술원에 대한 SK그룹의 R&D 기대는 매년 커지고 있다고 한다.
환경과학기술원을 이끄는 인물은 이성준 원장이다. 그는 30년간 R&D 현장을 떠난 적이 없는 SK그룹 기술개발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박사 과정까지 마친 후 1994년 유공에 선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정밀화학팀, 화학공정실험실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환경과학기술원의 전신인 기술혁신연구원에서 기반기술연구소장을 맡았고 2017년부터 환경과학기술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원장은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위해 2018년에 글로벌 유수 대학, 스타트업 등과 손잡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고안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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