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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젠슨 황 엔비디아 CEO 극찬 속 '미묘한 온도차'⑦HBM 수요 폭증, 3사 경쟁 관건은 '수율'…앞서가는 SK하이닉스

김도현 기자공개 2024-03-22 08:07:0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메모리 생산국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엄청난 성장 사이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며 기술적인 기적과도 같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한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이같이 말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주력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서버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다. 이와 짝을 이루는 HBM도 급부상했다. 황 CEO가 직접적으로 국내 두 회사를 언급하면서 이들 간 협업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SK하이닉스가 우위다.

◇뒤바뀐 메모리 구도, SK하이닉스·마이크론 '양산' 삼성전자 '개발'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성능을 극대화한 고부가 메모리다. 1세대(HBM)부터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 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적합한 응용처가 없어 확산되지 못했으나 AI 분야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HBM3부터 수요가 급증했는데 HBM 연구개발(R&D)을 이어온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잡은 상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양산하는 'HBM3E'

HBM3E도 SK하이닉스가 선점했다. GTC 2024가 개막하자마자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E를 양산해 3월 말부터 공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거래 대상은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회사에 따르면 HBM3E는 속도와 발열 제어 등 AI 메모리에 요구되는 모든 부문에서 업계 최고 성능을 갖췄다. 초당 최대 1.18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풀HD(F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을 1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다.

지난달 마이크론이 HBM3E 양산을 가장 먼저 돌입했다고 발표했으나 정식 납품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종 승인(퀄) 테스트 과정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HBM3E 최초 타이틀은 SK하이닉스에 돌아가게 됐다.

매번 선두에 섰던 삼성전자는 다소 늦다. 12단 HBM3E 개발 소식을 전한 바 있으나 엔비디아와 거래는 아직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8단 HBM3E을 선제적으로 생산한 만큼 12단으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이나 두 회사도 마찬가지로 동시에 12단을 준비 중이다.

이날 황 CEO는 삼성전자 HBM 사용 여부에 대해 "아직 아니다. 현재 테스트하고 있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시그널이긴 하나 퀄 테스트를 통과하기 전까진 안심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HBM3E를 양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다. 앞서 로이터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 수율이 10~20%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60~70%로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수율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나 SK하이닉스보다는 여전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신 HBM 수율이 50% 내외까지 올랐더라도 당장 SK하이닉스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수율이 낮으면 생산성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대규모 수주를 따내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GTC 2024'에서 발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괴물 칩 내놓은 엔비디아, 3사 두고 '밀당' 본격화

이번 행사에서 엔비디아는 신형 GPU 'B100'과 'B200'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엔비디아의 새로운 AI 프로세서 작동방식(아키텍처) '블랙웰' 기반이다. B200 2개를 중앙처리장치(CPU)와 연결해 만든 'GB200'도 선보였다.

황 CEO는 "GB200은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장착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칩"이라면서 "현재 기술로는 이 많은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다 넣을 수 없어 2개 칩을 연결해 하나처럼 작동하는 플랫폼을 구현했다"고 이야기했다. 기존 H100 트랜지스터가 800억개임을 고려하면 2.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엔비디아가 AI 서버용 GPU에 박차를 가하자 메모리 3사는 분주해졌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까지 최신 GPU와 호환되는 HBM3E 생산을 서두르면서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향 HBM을 사실상 독점했다면 이제는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발을 들이려 한다. 물량이 늘어나기도 했으나 엔비디아가 협력사를 늘려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단가 협상 등에서 엔비디아가 우위에 설 수 있다.

이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도 그 일환이다. 엔비디아는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오픈AI, 아마존 등이 모두 블랙웰 시스템 도입한다고 공식화하면서 자사의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메모리 제조사 간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황 CEO는 "우리는 모든 파트너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삼성과의 관계는 매우 깊다. 삼성은 정말 대단한 회사"라며 SK하이닉스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 HBM3E를 출하할 것으로 예측한다. 연말까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대폭 줄일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HBM을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HBM3E 대전에서는 어느 회사가 치고 나올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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