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핵심은 공생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 테이블에 선다면 완전 정상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는 기관이 있어서는 안된다."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와의 저녁 자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작업의 원칙을 묻자 나온 답변이다.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최대한 빨리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합의에 임하는 모양새다. 위기 상황에서 추가자금 투입을 결정하거나 자신의 몫을 조금씩 내놓는 등의 양보를 통해 합의가 이뤄졌다. 워크아웃 신청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태영건설 사업장 59곳 중 58곳이 정상화계획 제출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정상화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곳은 반포 주거복합 사업지다. 이미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해 공사가 진행중인 사업지였던 만큼 문제가 되리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 서울에서도 상급지인 서울 강남지역에 조성되는 주거용 부동산이었다는 점도 무난한 정상화 전망의 근거였다.
하지만 주요 대주인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사실상 협상 자체를 거부하면서 정상화 논의가 중단됐다. 과기공은 자신들이 투입한 자금의 회수와 손실 최소화를 최우선순위로 해야 한다며 정상화 방안에 대한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금융당국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자금집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협력업체와 하도급업체들은 수십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들에게 지급돼야 할 자금이 연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은 공염불이 됐다.
과기공의 고집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이 맡긴 자금의 회수를 중요시하는 것은 과기공의 책무가 맞다. 자본주의 관점에서도 선순위와 중순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과기공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하는 점도 당연하다.
하지만 워크아웃 작업이 지연되면 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박양래 과기공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는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리스크관리센터장을 거쳐 내부에서 승진한 투자 전문가다. 그에게 수십억원은 작은 돈이겠지만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에겐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돈이다.
박 CIO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기관만의 이익을 위해 사회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연시킨 CIO로 기록되는 것과 임기만료를 앞두고 결정권을 행사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공동체를 위한 결단을 내린 CIO로 남는 것이다. 그가 어려운 상황에서 용단을 내린 CIO로 오래도록 기억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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