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헤어질 결심]연결고리 끊는 고려아연, 계열분리 신호탄 쐈다이사회 11인 중 8인 확보…서린상사 활용해 지분 확보 나설 수도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26 08:18:3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5일 1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쥐기로 결정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생산하는 비철금속의 수출 업무와 위탁매매 사업을 대신하는 서린상사는 두 가문의 동업을 상징하는 회사다. 고려아연 최씨 일가 측이 67%를 보유해 최대주주이지만 그동안의 경영은 지분율 33%를 쥔 영풍의 장씨 일가가 맡아 왔다.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쥔다면 영풍과의 협업 관계는 사실상 끊어진다. 두 가문의 지분 분쟁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만큼 양사 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영풍은 일단 상황을 보면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사 4명 신규 선임 예정…고려아연, 서린상사 장악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린상사는 곧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사진 4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올해 부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은 재선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서린상사 이사회는 7인에서 11인으로 늘어나고 고려아연 측 인사 8인, 영풍 측 인사 3인(장세환 대표, 장형진 고문, 류해평 대표)으로 구성된다.

고려아연의 이러한 움직임은 영풍과의 분쟁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양사는 75년 전부터 시작된 동업을 뒤로하고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최근 정기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 등을 두고 서로 표 대결도 치렀다.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쥐게 되면 분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서린상사의 경우 1984년 설립 후 지금껏 양사가 생산한 아연과 은 등 비철금속의 국내외 판매 등을 대행했다. 또 최대주주인 고려아연(67%)을 대신해 지분율 33%를 쥔 영풍의 장씨 일가가 경영을 맡아 양측의 동업을 상징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단 영풍은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간 영풍은 서린상사에서 비철금속을 판매했을 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원료를 대량으로 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러한 이점이 상실될 수 있는 만큼 서린상사를 대체할 조직 구성 등에 착수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동업이 아닌 경쟁 관계이다 보니 굳이 협업을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서린상사가 취급하는 물량 대부분이 지금도 고려아연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서린상사의 사업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풍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자체 판매 기능을 마련하는 등의 대응책 확보가 불가피하다"며 "서린상사를 둔 일련의 상황은 최근 들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사업 결별'까지…계열 분리 신호탄 쐈나
'동업의 상징'마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현재 서린정보기술, 알란텀 등도 양사 모두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대부분 연매출이 수억원일 정도로 존재감이 작다. 하지만 서린상사는 작년에만 1조5300억원의 매출을 낼 만큼 협업이 활발했다.

재계는 지분 확보 경쟁과 별개로 고려아연이 '사업 결별'까지 선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마지막 선'처럼 여겨진 사업적 관계를 끊은 건 최씨 일가가 현 상황을 생존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고려아연은 작년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이후 서린상사를 두 회사로 나누기보다 아예 장악하는 수를 택했는데, 이는 영풍과 싸움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임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린상사의 활용법이 많다는 점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싣는다. 최씨 일가는 재작년부터 영풍정밀 등 자사 측 계열사들을 끌어 모아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하고 있다. 서린상사의 보유 현금이 450억원에 이르는 만큼 지분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계열 분리의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사는 '제련업'을 같이 하지만 매출과 이익에서 고려아연이 영풍을 압도한다. 여기에 이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확장 중인 고려아연 입장에선 영풍에 대한 배당, 영풍의 사업 간섭 등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최씨 집안이 약 33%, 장씨 집안이 약 32%를 쥔 것으로 파악된다. 최씨 집안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최소 조단위의 금액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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