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DB금투, 황영기 사외이사 선임...의결권 자문사 의견 엇갈렸다아이트러스트운용 의장 겸직 이유...CGCG 반대, 외국계 글래스루이스 '찬성'
이정완 기자공개 2024-04-01 14:18:52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DB금융투자 이사회 진입을 놓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에선 황 전 회장이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이사회에 속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찬성표를 권했다.CGCG는 증권사를 통해 자산운용사의 상품이 판매된다는 점에 주목해 이해충돌을 우려했다. 하지만 글래스루이스의 생각은 달랐다. 운용사 이사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할 수 없다는 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관점이다.
결국 황 전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제 관건은 증권사와 운용사 간 독립성 유지다. DB금융투자 측에선 아이트러스트운용과 거래가 미미한 수준이라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이트러스트운용 펀드 판매 비중, '0.1%' 수준
26일 DB금융투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DB금융투자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황영기 사외이사(사진)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을 맡고 있지만 거물급 금융인이란 칭호가 더 익숙한 인물이다.
삼성그룹 출신으로 삼성물산에서 일하다 금융·투자 분야로 경로를 틀어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뒤 2015년부터 3년 동안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자선단체 활동 외에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이사회 의장(회장)을 맡고 있다.
황 전 회장은 2021년 12월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 설립 때부터 주축이 됐다. 황 전 회장의 금융권 복귀에 SK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주주사로 출자한 상태다. 대체투자와 사모투자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문제를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DB금융투자 이사회는 금융과 재무에 대한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황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는데 CGCG는 운용사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한 곳인 글래스루이스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발표한 의결권 자문 보고서(Proxy Paper)에서 황 전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투자자에게 찬성을 권고했다. 황 전 회장이 운용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운용사 이사가 증권사 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지가 양측의 의견이 갈린 부분이다. 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간 거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며 "황 전 회장이 운용사 상품 판매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단순히 운용사 이사란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란 의미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회사가 판매한 전체 펀드잔고 중 아이트러스트자산운용의 펀드 비중이 0.1%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기집권' 고원종 부회장, 이사회서도 떠났다
DB금융투자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는 결정도 내렸다. 주총 전까지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이었으나 정관 변경을 통해 총 5인 체제로 재편했다. 사외이사는 3인 이상, 이사 총수의 과반을 유지하기로 했다. DB금융투자는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 수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법률상 최소 규모로 이사회를 구성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사는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둬야 하고 사외이사 수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DB금융투자는 황 전 회장 외에 기존 사외이사로 일하던 한봉희 전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은태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부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사내이사진은 올 초까지만 해도 곽봉석 대표이사(사장)와 장현일 경영지원실 총괄(상무), 고원종 DB금융그룹 부회장으로 꾸려졌으나 고 부회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완전히 떠났다. 고 부회장은 2010년 DB금융투자 대표로 선임돼 지난해 초까지 약 13년 동안 장기 집권한 장수 CEO였다. 곽봉석 대표에게 자리를 물려주고도 지난 1년 동안 사내이사는 유지했다. 이제 이사회에서도 완전히 떠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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