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음주 쯤 미국 철강 회사와의 협업 관련한 내용이 정리돼서 발표될 겁니다." "이번엔 믿어도 됩니까?"최근 코스닥 상장사 스피어파워의 주요 임원과 통화한 내용이다. 지난해 7월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지나갔다. 당시 이 임원은 철강 사업을 통한 매출액 확대, 미국과의 협업을 통한 글로벌 진출 등 청사진을 늘어놓았다.
결국 임원이 이야기한 다음주(4월 첫째주)에 철강 회사와의 협업 관련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스피어파워는 프로스테믹스에서 사명을 바꾸고 철강 및 특수합금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10개월 째 신사업 추진 신호조차 확인할 수 없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주가는 위를 향했다. 신사업 추진 발표 전 최저 3290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최고 4배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는 신사업 추진 소식 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움직인다. 문제는 신사업 추진이 공수표로 전락하면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즈미디어가 단적인 예다. 이즈미디어는 NFT 신사업을 통한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거래정지에 이어 상장폐지 처분을 받았고 당시 대표도 최근 구속됐다. 이즈미디어는 2021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친누나 랜디 주커버그를 사외이사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랜디 주커버그와 함께 NFT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함께 알렸다.
신사업 진출을 호재로 받아들이면서 주가는 약 1년여만에 23배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NFT 신사업은 실체 있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즈미디어가 의견거절을 받은 2021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은 NFT플랫폼 관련 신규사업을 위해 취득한 무형자산을 평가할 수 있는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돌아갔다. 거래정지 당시 소액주주는 총 1만3000여명. 이들 대부분이 NFT 신사업과 랜디 주커버그의 이름값을 보고 투자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신사업 추진을 예고하며 지키기도 힘들어 보이는 무분별한 사업목적 추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최대주주가 바뀐 한 상장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무려 50가지 넘는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IT사업이 주특기인 한 상장사는 현재 사업과 관련이 없는 베이커리, 곡류 등 식품과 관련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지난해 2차전지, 메타버스, 가상화폐 등 7개 주요 신사업을 추진한 상장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신사업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금융당국이 신사업 추진 관련 공시 강화를 지시하며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회사를 인수한 새 주인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거나 기존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할 때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신사업 추진 소식만으로도 출렁이는 주가와 투자를 결정하는 주주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실현 가능성과 사업성을 고려한 신중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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