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순항하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사건이 생겼다. 12년 만에 공모 한국물 발행을 노리던 LG전자가 글로벌 본드 수요예측을 계획한 날 시장을 찾지 않았다. 1분기에만 180억달러 넘는 발행량을 기록하며 연일 흥행을 이어가던 한국물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LG전자가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 탓이다. 지난 10일 미 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져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11일로 예정된 북빌딩을 피한 이유다.
미리 투자자를 확보해둔 투자은행(IB)은 당혹스런 눈치였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만큼 해외 기관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받아뒀는데 수요예측을 미루면서 시장 전반으로 불안이 퍼질까 우려했다. 한국물 발행을 준비하다 무산된 2010년대 중반을 떠올린 IB도 있었다. LG전자는 예전에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북한 리스크로 인해 외화채 발행을 포기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 때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겠다는 게 LG전자의 전략이었지만 미 CPI 발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됐다.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하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됐다.
LG전자는 결국 18일 미뤄뒀던 글로벌 본드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투자자를 찾았다. 원래 주문을 받으려 했던 11일과 비교하면 크게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채권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18일 기준 5년물 미 국채금리는 4.68%로 11일 4.61%보다 7bp 높았다. 3년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발행 결과는 대흥행이었다. 시장 불안은 지속됐는데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주문이 확인됐다. 전세계 가전 시장 최대 라이벌인 미국 월풀(Whirlpool)이 지난 2월 발행한 10년물 채권 금리와 비교해봐도 아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글로벌 가전업계의 '월드클래스' 기업이다. 수익성과 명성 모두 외국인 투자자의 인정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LG전자 스스로만 모르는 듯 하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대담하게 투자자의 선택을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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