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포스코 승부수]10년 전 배운 그대로, 새 실세도 뜬다④2014년 데자뷔…'성과주의' 강해지고 현장 인물들 약진도 예상
이호준 기자공개 2024-05-03 07:31:40
[편집자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의 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다소 무거웠던 그의 말은 모태 사업과 신사업이 나란히 부진을 겪는 현재의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의 말은 단순한 위기의식에 그치지 않았다. 취임 초기 불과 한 달도 안 돼 현장 경영과 자구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은 상황. 더벨이 업황 부진에 맞서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전략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인화 회장은 성장 과정으로 보면 '독한 생존자'다. 포스코그룹이 고강도 인적쇄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상황에서도 차근차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승진을 거듭했다.그의 포스코그룹 첫 인사는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의 성장 환경대로 조직 수를 줄이고 유사 기능별로 부서들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단행했다. 경영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적 및 조직 쇄신'이라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2014년 데자뷔…장인화 회장, 누구보다 잘 해냈다
두 회장의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은 정반대였다. 전임 최정우 전 회장은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한 대표이사(CEO) 직속으로 기업시민실을 신설하고 포항·광양제철소 내에 설비관리 조직을 늘리기도 했다.
반면 장 회장은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의 조직은 13팀에서 9팀으로, 임원 수는 41명에서 39명으로 줄였다. 사업회사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장을 본부장급으로 올리고 아래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생산기술본부는 폐지했다.
이는 2014년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권오준 전 회장 취임 때의 데자뷔다. 당시에도 기존 6개 부문을 4개 부문으로 축소하고 지원 업무를 맡는 임원 수를 확 줄였다. 이 역시 비철강 부문 확대를 위해 조직 등을 키워 온 전임 정준양 전 회장 때와 정반대였다.
지난해 철강 시황 부진 이후 이러한 반복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포스코와 해외 철강 계열사를 합친 작년 철강 부문 매출은 6조3539억원, 영업이익은 255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 20% 감소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인적 및 조직 쇄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장 회장은 권오준 전 회장 임기(2014~2018년) 중 고속 승진(전무→부사장→사장)을 거듭해 핵심 측근으로 불렸다. 정통 철강 경영인으로서 시황 악화로 신음하던 철강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다시 높이는 작업을 그 누구보다 잘 수행했었다는 평가다.
◇'성과주의' 강해진다…현장 인물들도 약진 예상
권오준 전 회장 체제에서 포스코는 사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그만큼 인적 및 조직 쇄신의 효과를 가장 잘 체감하는 인물이 장 회장이다. 유의미한 성과를 직접 경험했던 만큼 빠르게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조직 정비부터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그랬듯, 위기 돌파에 기여한 핵심 인사들에게는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에서는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선 정탁 대표이사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룹 내에서 부회장이 아예 사라진 셈이다.
업계는 장 회장 취임 초기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봤다. 현재 그 빈자리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이계인(1964년) 사장, 포스코퓨처엠 유병옥(1962년생) 사장, 포스코이앤씨 전중선(1962년생) 사장 등 장 회장(1955년)과 견줘 비교적 젊은 대표들이 채웠다.
전방 산업 부진으로 철강·비철강 모두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개선된 실적을 보인 대표들을 지속적으로 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회장의 현장 중심 경영 철학을 감안하면 대표급 이하 임원들에서는 철강기술자와 마케팅 전문가 등이 약진할 가능성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장인화 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 기조 속에서 자리를 잡아 온 인물"이라며 "지금이야 전임 회장 체제의 인물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는 성과주의 원칙과 경영실적에 따라 약진하는 새 인물들이 많이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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