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리츠 정책 어젠다]재간접리츠 담은 ETF…2% 부족한 금융당국 개선안③운용보수 중복수취 규제 완화 추진…공모펀드 재간접리츠 투자 허용도 필요
정지원 기자공개 2024-05-29 08:01:50
[편집자주]
국내 리츠 시장은 성장의 필연성과 당위성에 비해 더딘 속도로 크고 있다. 각종 규제가 중첩되면서 투자 활동을 저해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 바라는 제도 개선안 역시 대개 부동산투자회사법 외 다른 법·제도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더벨이 상장리츠가 마주한 문제들을 바탕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개선 사항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07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별배당 규모가 큰 상장리츠들 대부분이 재간접리츠다. 자본시장법에서 ETF나 공모펀드의 재간접리츠 투자를 허용하게 되면 시장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상장리츠 제도 개선방안을 연구 중인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는 운용보수 중복수취를 규제하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ETF나 공모펀드는 재간접리츠에 투자할 수 없다. 기관투자자 유치가 어렵다는 한계로 인해 재간접리츠 설정이 부진한 상황이다.
올초 금융당국은 ETF의 재간접리츠 투자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인 상태다. 또 공모펀드의 재간접리츠 투자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반쪽짜리 개선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간접상장리츠 3개, 이지스밸류·이지스레지던스·NH프라임
최근 1년간 리츠 상장 사례는 없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상장리츠 출시를 목표했던 다수 자산관리회사(AMC)가 한발자국 물러선 영향이다. 지난해 4월 상장한 삼성FN리츠의 뒤를 이어 다음달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최근엔 시장 환경으로 인해 상장리츠 설립 및 공모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국내 리츠 시장에선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가 힘들었다. 지난해 상장한 삼성FN리츠와 한화리츠는 모두 대기업 오피스 자산을 담은 스폰서리츠에 해당한다.
특히 재간접리츠는 2020년 이후로 상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23개 상장리츠 중에서 재간접리츠는 총 3개에 불과하다. NH농협리츠운용이 2019년에 NH프라임리츠를 코스피에 입성시켰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밸류리츠와 이지스레지던스리츠를 2020년에 상장해 운용 중에 있다.
재간접리츠는 부동산 펀드에 총 자산 40% 이상을 투자한 리츠로 정의된다. 실물자산을 직접 담는 대신 실물자산을 담은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투자했다는 의미다.
NH프라임리츠는 포트폴리오 내 수익증권 비중이 74% 정도다. ARA1호펀드 지분 10%를 통해 서울스퀘어를 담았다. 삼성물산 서초사옥(더에셋)에 투자한 현대28호펀드 지분도 10% 갖고 있다. 리츠 포트폴리오에선 각각 56%, 18%를 차지한다.
이지스밸류리츠는 수익증권 비중이 94%에 달한다. 펀드를 통해 태평로빌딩, 트윈트리타워, 이수화학 반포사옥 등을 담았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의 수익증권 및 지분증권 투자 비율은 71%로 나타난다. 디어스 판교과 명동, 홍대 코리빙 등 호텔·리테일 및 부평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등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운용 효율·매각 차익 경쟁력
재간접리츠 활성화에 대한 니즈는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있다. 먼저 리츠 자산관리회사는 재간접리츠 설정시 각종 운용상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가장 크게는 자산 확보 및 취득이 용이하다는 점이 꼽힌다. 자산을 직접 개발하거나 입찰 등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자산 취등록세 등 거래비용도 실물자산 투자시보다 절감할 수 있다.
재간접리츠가 많아질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지 역시 넓어진다.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설정한 부동산 펀드를 상장리츠를 통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펀드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간접상장리츠의 투자 경쟁력도 입증된 상태다. 재간접리츠는 소수 실물자산을 편입한 리츠들과 달리 다양한 펀드를 통해 자산을 담는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투자 섹터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금리나 임대차 만기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헤지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또 포트폴리오 안에서 적극적인 투자·운용 활동이 가능한 점도 재간접리츠의 강점이다. 스폰서리츠는 기업 자산을 유동화한 후 재매각의 니즈가 없는 편이다. 반면 재간접리츠는 다양한 수익증권에 분산 투자했기 때문에 펀드 엑시트 시점에 매각 차익을 수취할 수 있다. 이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투자 원본으로는 다시 활발한 재투자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특별배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올 초 NH프라임리츠는 지난해 삼성SDS타워 매각으로 얻은 차익을 투자자들과 나눴다. 지난해 11월 말 결산 기준 주당 400원의 배당을 공시하고 올 초 지급을 완료했다. 전년 동기 배당금 115원 대비 247% 상승한 수준이다. 연 환산 배당수익률로는 13.1%를 기록했다.
이지스밸류리츠는 자산 매각 없이도 특별배당을 추진 중이다. 태평로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이지스97호펀드가 자본재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중도상환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하면서 이익이 발생한 영향이다. 태평로빌딩 가치가 상장 당시보다 40% 이상 상승한 점이 자본재조정의 배경이 됐다. 이지스밸류리츠는 주당 6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연 환산 배당수익률로 20% 수준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추진…시기는 미정
재간접리츠만의 투자 경쟁력이 확실하지만 상장리츠 중에선 재간접리츠가 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상장리츠뿐만 아니라 공모리츠 중에서 재간접리츠 비율은 적은 편이다.
자본시장법에서 공모펀드 또는 ETF의 재간접리츠 투자를 막고 있는 점이 재간접리츠 설정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규제의 취지는 운용보수 중복수취를 막고 복잡한 구조의 펀드 설정을 제한해 투자자의 이해 곤란을 방지하겠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약으로 인해 재간접리츠는 유동성 확보 및 기관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리츠 ETF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재간접상장리츠는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금융당국은 ETF의 재간접리츠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올 초 중복보수 최소화 등을 전제로 해당 개선사항을 반영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행령 개정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위 개선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리츠 운용역은 "재간접리츠의 설정 자체를 늘리고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공모펀드의 재간접리츠 투자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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