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07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2004년 간접투자산운용업법(간투법)이 개정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도 프라이빗에퀴티(Private Equity)가 등장했다. 이후 시장은 도약기를 지나 성장기를 거치며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PE는 자본시장 내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최근 감지되는 가장 큰 변화는 '양극화'다. 과거에는 소형사로 시작해 대형사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시장은 급격히 달라졌다. 펀드레이징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소형 운용사들의 성장 동력이 현저히 약화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프로젝트 펀드의 큰손이었던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출자 중단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역량을 키우고 한 단계 도약을 노리던 중소형 운용사들에게는 더욱 큰 타격이었다.
중소형 하우스들은 펀딩에 어려움을 겪었던 반면에 대형 펀드는 외연을 더욱 확장해왔다. 다수의 PE가 조 단위 펀드레이징에 성공하며 대형 하우스들은 더욱 탄탄하게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LP들은 이미 운용 역량이 입증된 대형 하우스에 자금을 집중하면서 양극화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그간 해외에서 자금을 모았던 한앤컴퍼니도 국내 펀딩 경쟁에 합류하면서 대형 펀드로의 쏠림 현상은 한층 심화됐다. 지난해 한앤컴퍼니는 처음으로 국민연금 출자 사업에 지원해 최종 GP로 선정됐으며 올해에는 MBK파트너스가 콘테스트에 출사표를 냈다.
펀드레이징 시장 내 양극화는 투자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몸집을 키운 대형사들은 더 이상 미들 딜을 소화하기 어려워졌다. 조 단위 펀드에 수백억원대 딜을 담기에는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큰 탓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1000억원대 딜을 찾아보긴 어려워졌다. 오히려 100억원대 안팎이거나 수천억원대 딜을 클로징하기가 오히려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작은 돌들이 모여 큰 산을 이루듯이 미들급 딜은 M&A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만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대형 펀드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건강한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는 말이 있다. 모든 부분이 강해야만 전체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중소형 펀드들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은 다양성을 자양분 삼아 자라기 때문이다.
극과극 투자 시대에서 M&A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전략과 방향을 재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투자환경이어서 안전한 곳으로 방향타를 잡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시장의 미래는 지금의 도전과 변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변하지 않는 시장의 진리는 결국 미래를 예측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그것을 만드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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