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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타트업 대표의 ‘3전 3승’ 출구전략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6-17 08:16:5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7년생인 한 공학도 출신이 LG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한다. 연구원으로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그는 2011년 30대 중반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한다. 현재 위치를 파악해 주변 매장의 쿠폰을 제공하는 위치기반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 업체 ‘로티플’을 창업했는데, 설립 첫 해에 바로 카카오에 매각했다.

굴지의 벤처캐피탈인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부터 2차례에 걸쳐 자금을 유치했지만 ICT 대기업 카카오로부터 M&A(인수합병) 제안이 오자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창업팀 10명이 모두 카카오에 합류해 일을 하는 조건이었다.

5년 후 로티플 창업팀 멤버 가운데 3명이 다시 뭉쳐 ‘티비디’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한다. 티비디는 이듬해 피봇팅을 거쳐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 운영사 '루트원소프트'로 재탄생한다. 얼마 안 가 이들은 루트원소프트 지분 51%를 두나무에 매각했다. 2020년 두나무가 보유한 지분과 파운더들이 보유한 지분 전량은 다시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몬스터큐브에 매각됐다.

로티플과 루트원소프트 창업자로 나섰던 이 공학도는 2021년 세무 서비스 스타트업을 단독으로 창업한다. 지난 4월 토스에 인수된 택사스소프트가 그가 창업한 세 번째 스타트업이다. 그는 보유 주식 전량을 토스에 매각했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 경영을 계속 총괄한다.

2011년 엔지니어에서 파운더로 변신해 13년 간 연달아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출구전략에 성공한 이 인물은 박일용 택사스소프트 대표다. 창업한 기업 가운데 파산하거나 청산 절차를 거친 곳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 기업공개(IPO)가 아니라 M&A를 통해서만 엑시트에 성공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짧게는 창업한 지 1년이 안 돼, 길게 잡아도 3~4년 만에 팔았다.

창업 초기부터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파운더는 많지 않다. 박 대표 역시 처음부터 M&A를 통한 출구전략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로티플과 루트원소프트를 M&A로 엑시트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어쩌다 보니 좋은 (엑시트)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3번째로 창업한 택사스소프트는 달랐다. 처음부터 M&A를 염두에 두고 설립했다. 택사스소프트가 영위하는 세무 서비스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메이저 핀테크 업체에 매각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실제 동종업계 스타트업에서 M&A 제안이 오기도 했다. 결국 택사스소프트를 품에 안은 건 메이저 핀테크 업체인 토스였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토스 입장에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자회사 인수가 절실했다.

한국은 벤처기업 엑시트의 80~90%가량이 IPO로 이뤄지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M&A가 주를 이룬다. 앤젤 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로즈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모험자본 시장에서 엑시트는 대부분 초기 단계 M&A를 통해 이뤄진다. 엔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중 절반가량은 파산하고 IPO에 이르는 비율은 단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IPO 성공 비율이 극히 낮다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출구전략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스러져 간 스타트업 수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신생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창업 초기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curve)'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다. 창업자와 모험자본 모두 장기적으로 IPO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창업 초기부터 M&A를 통한 엑시트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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